애도 가장한 선거운동… 예비후보들 ‘몰염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3일 03시 00분


[세월호 침몰]
“영화 포세이돈처럼 구조해야” 현실서 불가능한 주장 펼치고
“탑승자 무사귀환 바랍니다” 국민 슬픔 이용해 이름 알리기

6·4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자들 중 일부가 유권자들에게 ‘세월호 실종자들의 빠른 구조를 바란다. 후보자 ○○○’ 라는 내용으로 보낸 문자메시지. 이에 대해 시민들은 세월호 사고의 애도 분위기를 선거 운동에 이용하려는 속내가 보인다며 비판했다. 인터넷 화면 캡처
6·4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자들 중 일부가 유권자들에게 ‘세월호 실종자들의 빠른 구조를 바란다. 후보자 ○○○’ 라는 내용으로 보낸 문자메시지. 이에 대해 시민들은 세월호 사고의 애도 분위기를 선거 운동에 이용하려는 속내가 보인다며 비판했다. 인터넷 화면 캡처
6·4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송진섭 경기 안산시장 예비후보(새누리당)는 21일 오전 10시 자신의 공식 홍보사이트에 ‘비 내리는 진도 팽목항에서의 긴급보고’라는 글을 남겼다. 실종자 가족이 모인 진도체육관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저는 어제 이곳(진도)에 와서 배 앞머리를 보이고 있는 뒤집혀진 침몰함을 보며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 끝 부분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배 인양에만 매달리지 말고 해상 배 앞머리를 특수용접으로 철판은 떼어내고 파고들면서(마침 근처에 삼호현대중공업이 있음) 국내 최고 실력의 머구리를 긴급 공수해….’

송 예비후보의 주장은 이미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폐기된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여객선에 대한 상식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박전자기계공학부 교수는 “영화같이 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여객선 구조상 앞머리에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도 없고 구멍을 뚫는 즉시 내부에 남은 공기가 빠져 배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증되지 않은 섣부른 주장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일부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처신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6·4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자 중 일부는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이용해 눈도장을 받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다음 날이었던 17일 오전 충북도교육감 홍순규 예비후보는 한 학생이 침몰 직전 부모에게 보낸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 사랑해’라는 문자를 인용하며 ‘오늘 하루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슬픔을 함께하며 하루를 보내려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전송했다. 경남 김해시장 새누리당 임용택 예비후보도 ‘무사귀환을 기도합니다. 새누리당 김해시장 예비후보 임용택 ★경선기호 1번★’이란 문자를 같은 날 보냈다. 새누리당 대구시장 이재만 예비후보는 ‘…구조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여론조사가 실시됩니다. 이재만을 적극 지지해 주시기 바라며…’란 문자를 보냈다.

문자메시지를 받은 유권자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이 사실을 접한 시민 상당수는 “출마자들이 지금의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을 한 번 더 알리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산=서동일 dong@donga.com·김성모 기자
#세월호 침몰#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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