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유병언 수사]
국내외 계열사 30여곳 실질 지배… 부동산 보유액만 2000억원 넘어
美에도 145억 상당 아파트-저택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유 전 회장 일가가 국내외에 모아둔 재산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국내외에서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가 최소 3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핵심 계열사들의 자산가치와 개인재산에 속하는 부동산 가격을 합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소 5600억 원에 육박한다. 검찰은 1997년 부채 4900억 원을 갚지 못해 부도를 냈던 유 전 회장이 16년 만에 막대한 재산을 다시 모은 데에는 편법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방위 수사를 진행 중이다.
○ 국내외 곳곳에 숨겨둔 금싸라기 부동산
23일 검찰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실소유 계열사로 꼽히는 청해진해운, 천해지, 다판다, 문진미디어, 트라이곤코리아, 아해, 온지구 등 7곳이 소유한 부동산 장부가액만 18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42)가 대표인 문진미디어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6채가 포함돼 있다. 세모그룹이 1996년 파산 당시 내놓았다가 다시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이 건물들은 공시지가로 210억 원이지만 실제 거래가는 400억 원이 넘는다. 따라서 유 전 회장 일가의 부동산 보유액은 2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부동산 자산을 바탕으로 다른 계열사에 쓸 자금을 조달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유 전 회장 일가는 해외에서도 대규모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만 고급 아파트와 주택 등 145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유 전 회장의 자녀와 회사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차남 혁기 씨는 2007년 8월 미국 뉴욕 시 근교에 345만 달러(약 40억 원) 상당의 대규모 저택을 매입했다. 앞서 2003년 10월 혁기 씨는 뉴욕 맨해튼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를 175만 달러(약 20억 원)에 사들였다.
○ 은닉재산 찾아내 보상금 사재출연 압박할 듯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국내외 부동산을 돌려막기식으로 매입하며 자금세탁 또는 재산은닉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사망·실종자 가족에 대한 보상금을 확보하기 위해 유 전 회장 일가의 은닉재산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청해진해운 내부 결재자료 등을 통해 오너가 실질적인 지배권을 갖고 있다는 증거를 상당수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 일가 재산에 대한 압류 절차에도 즉시 착수해 재산을 처분할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이번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아닌 청해진해운 회사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은닉재산을 찾아내면서 압박 강도를 높여 피해자들을 위해 사재 출연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당시 502명의 사망자를 낸 삼풍백화점 사고 때도 검찰은 고 이준 전 삼풍건설산업 회장을 업무상횡령, 뇌물공여 등 혐의까지 수사해 구속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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