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도 못믿을 판… 학교가 재난대처 요령 가르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5일 03시 00분


[세월호 침몰/엄마들 화났다]
안전교육 강화 목소리 커져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화연 씨(44·여)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김 씨는 “학교에서라도 재난안전 교육을 받았다면 아이들이 좀 더 빠르게 사고 현장을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가 침몰하려는 급박한 순간에도 “선실이 더 안전하다”고 방송한 승무원들의 어처구니없는 대처와 정부의 부실한 사고 수습에 놀란 학부모들 사이에서 ‘아이가 스스로 위급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게 제대로 된 재난·안전교육을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다음 아고라 등 포털사이트에는 △초중고교 체육시간을 통해 재난 대피 요령이나 안전교육을 반복해서 가르쳐달라 △교사·학생 상대로 현실적인 안전교육을 제도화해 달라는 등의 요청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관련 글을 올리며 “대부분의 학생이 어떻게 행동할지 몰랐고 그 누구도 학생들에게 재빠르게 올바른 위기탈출 방법을 제공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재난 때 탈출방법부터 알려주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 우리 아이라면 어땠을까 싶어 TV를 보기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현재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복지법시행령에는 △어린이집 원장 △유치원 원장 △각급 초중등학교장이 매년 44시간의 재난대비 안전 교육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침도 없는 데다 지키지 않아도 학교가 특별히 제재를 받는 일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학교에 재난안전과 관련한 개별 교육시간이 배정되기는커녕 교육에 쓸 ‘안전 교과서’나 가르칠 자격을 갖춘 교사조차 드물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안전·재난교육은 민방위 훈련이나 체육 등 개별 교과목들에 소방·교통 분야 정도가 쪼개져 들어가 있는 정도”라며 “학교에 전문가가 없어 교육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학습에 참가하기 위해 단체로 비행기나 배를 많이 이용하는데 당일 현장에서조차 기본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억 어린이안전학교 대표(가천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실제로 긴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평소 재난·안전교육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사, 학생들을 상대로 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세월호 침몰#재난 대처#안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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