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정류장에서 서울 강남으로 가는 출근 버스를 기다리던 최모 씨(31)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전날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갑자기 광역버스 입석 운행이 중단되면서 영문도 모른 채 승차 거부를 당했다. 퇴근길도 마찬가지였다. 최 씨는 이날은 아침식사도 거른 채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이날은 콩나물시루 같은 입석 버스가 문을 열어줬다. 도대체 하루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경기지역 최대 운송업체인 KD운송그룹은 23일 예고 없이 서울∼경기 남부를 오가는 광역버스 입석 운행 중단을 밝힌 지 하루 만인 24일 첫차부터 입석 운행을 재개했다. 전날 많은 이용객이 버스를 타지 못해 대거 지각사태가 발생하는 등 민원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이는 여객선 침몰 참사를 계기로 국토교통부가 KD운송그룹과 버스 운행 관련 안전 대책을 논의하면서 직행 좌석형 62개 노선 800여 대의 광역버스 입석 운행을 중단하고 합법 운행을 하기로 한 데 있다. KD운송그룹 버스는 대부분 경기 남부와 서울을 오가는 데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하고 있어 입석으로 탈 수 없는 상황이다.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노선의 입석 운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퇴근시간대 혼잡한 일반 버스의 승객을 분산하고 버스회사의 적자를 덜어주기 위해 직행 좌석형 광역버스의 입석 탑승을 묵인해 왔다.
그러나 23일 ‘입석 운행 금지’ 방침으로 버스를 놓친 이용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국토부는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입석 단속을 보류했다. 그 대신 KD운송그룹에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안전속도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국토부는 전세버스를 투입하고 광역급행버스(M-Bus)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용객의 교통 혼란을 막기 위해 단속 대신 안전운행을 적극 홍보하는 등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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