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눈 속 홍채로 진단하는 한의학, 해외 수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대전 박성일 한의원장 인도네시아에서 설명회
“한의학도 의료한류 한 축 될 것”

홍채유전체질의학 연수차 대전에 온 인도네시아 의료진이 대전 서구 둔산동의 대전대 한방병원을 찾아 의료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성일 원장. 대한홍채의학회 제공
홍채유전체질의학 연수차 대전에 온 인도네시아 의료진이 대전 서구 둔산동의 대전대 한방병원을 찾아 의료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성일 원장. 대한홍채의학회 제공
“원래 유럽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던 진단법인 홍채학을 국내에 도입해 체계화했는데 이제는 다시 외국으로 수출하기에 이르렀네요.”

국내 병원들의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대전의 한 한의학자가 홍채학에 전통 한의학(사상체질)을 접목한 홍채유전체질의학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한다. 경희대 한의대 외래교수로서 석박사 대학원생에게 홍채학으로 학위 지도를 하는 박성일 한의원장(57)이 주인공.

‘홍채’는 동공 주위에 있는 도넛 모양의 막이다. 여기에는 뇌에서 빠져나온 수십만 가닥의 신경말단과 모세혈관, 근섬유조직이 드러나 있다.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신경근육조직으로 유전 정보들이 담겨 있고 지문처럼 사람마다 달라 간편하게 질병을 진단하는 도구로 쓰인다.

1998년 대한홍채의학회를 설립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박 원장은 2012년 출간한 ‘내 눈 속의 한의학혁명’으로 국내외의 관심을 끌었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은 홍채유전체질의학이 자국 의료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14∼19일 대전의 박성일 한의원으로 파들리(37), 이네 마르탄티(47), 우딘 마흐푸즈 씨(45) 등 현대 의학 전공의 3명을 보내 연수를 받게 했다. 그는 연수에 앞서 1월 인도네시아 보건당국과 병원 초청으로 현지를 찾아가 홍채유전체질의학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가졌다.

박 원장은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5000만 명을 넘지만 소득 수준이 높지 않고 의료보험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는데 의료비가 비싼 서양의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간편하고 저렴한 홍채 진단과 침 치료로 국민 보건 수준을 높여보겠다는 것이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수 기간에 박 원장은 이 의사들에게 홍채 체질 진단과 사상체질 구분법, 침 치료법 등을 집중적으로 전수했다. 침 치료 기술을 단시간에 습득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고 연수의 모든 과정을 영어로 준비했다.

인도네시아 의사들은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이 영문으로 번역한 이제마의 사상의학서인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미리 읽어오는 등 대단한 열의를 보였다. 박 원장은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이어서 홍채유전체질의학을 뇌 과학에 기반해 설명하자 곧바로 흡수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사상의학의 뇌 과학적 해석과 RSIA(Response, Stimulus, Intelligence, Awareness) 홍채유전체질 분류를 통한 정신치료’라는 그의 논문에서 알 수 있듯 홍채 진단과 사상의학을 뇌 과학과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

마르탄티 씨는 “박 원장이 홍채 사진을 보고 ‘자궁이 약하다’고 진단하자 여성 환자가 ‘자궁에 물혹이 있었다’며 놀라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홍채진단법에 감탄했다. 개업의인 파들리 씨는 “인도네시아에는 중의학(中醫學)이 보급돼 있는데 한의학처럼 체질 진단은 없다”며 “더구나 최근 화학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확산돼 홍채 진단과 침 치료 같은 자연의학이 인도네시아 의학으로 각광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수 후 7월에 열리는 인도네시아 침구의학협회 세미나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는 박 원장은 “인도네시아는 한의학연구원을 벤치마킹해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고 의료업계가 홍채 진단 기기와 홍채학 체질 분류에 따른 치료약 수입을 원하고 있다”며 “한의학이 의료 분야에서 한류의 또 다른 축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인도네시아#홍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