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조(始祖)’ 신화의 주역이자 최초의 원주민으로 알려진 고, 양, 부씨 표기의 우선순위를 놓고 빚어졌던 법정 다툼이 일단락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는 최근 양씨 종친회가 제주도와 고·양·부 삼성사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삼성사재단은 ‘삼성시조제사재단’으로 등기된 재단의 명칭을 1962년 12월 정기총회를 열어 ‘고·양·부 삼성사재단’으로 변경하고 2012년 4월 이사회를 열어 추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에 대해 양씨 종친회는 “1962년 정기총회 소집 절차와 이사 정족수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2012년 11월 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양씨 종친회 측은 “삼성(三姓)의 순서가 고려사와 탐라기년 등에서는 ‘양·고·부’로, 영주지와 탐라지에는 ‘고·양·부’로 기재돼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이사회가 순서를 ‘고·양·부’로 결의한 것은 부당하다”며 “당초 명칭인 삼성시조제사재단으로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에 대해 법원은 현 삼성사재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무효 확인을 통해 서열 표기로 인한 갈등과 다툼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간접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 무효 확인으로 얻을 법률적 이익이 없고, 1962년 12월 정기총회가 개최되지 않았다거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고·양·부씨 우선순위에 대한 다툼은 조선시대에도 벌어졌다. 그동안 각종 책자에서 ‘양·고·부’로 쓰이면 고씨 종친회에서 강하게 항의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2000년 초 제주지역 성씨별 인구 현황에 따르면 고씨 4만3000여 명, 양씨 3만6000여 명, 부씨 4000여 명으로 나타나는 등 고씨 인구가 훨씬 많다.
삼성사재단은 제주의 시조신인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가 땅에서 솟아났다는 신화의 무대인 삼성혈(사적 134호)의 유지 및 관리를 목적으로 1921년 설립됐다. 해마다 4월 10일 춘기대제, 10월 10일 추기대제, 12월 10일 건시대제 등의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삼성 후손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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