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영향 등으로 한반도 남쪽도 아열대 기후를 닮아가면서 경남과 전남을 중심으로 벼 이기작(二期作)이 시도되고 있다. 2기작은 동일한 토지에서 같은 작물을 1년에 두 번 재배하는 것. 벼-보리, 벼-양파처럼 다른 작물을 1년에 두 번 심는 이모작(二毛作)과는 다른 작부체계다.
○ 수확량 늘지만 수익은 ‘불안’
경남 지역에서는 올해 4개 군의 18농가가 7.4ha의 논에서 벼 2기작을 시도한다. 2기작 면적은 창녕군이 5.5ha로 가장 많고 창원시 1ha, 고성군 0.8ha, 거창군 0.1ha 등이다.
지난해에는 고성군 농민 허태호 씨(45)가 0.3ha에 2기작으로 농사를 지었다. 품종은 극조생종인 ‘기라라 397호’였다. 수확량은 1기작에서 10a당 388kg(정곡 기준), 2기작에서 284kg이었다. 모두 672kg으로 2기작이 아닌 벼 평균 수확량인 500kg을 30%가량 넘어섰다. 그러나 품질이 떨어지고 영농비도 많이 들어 경제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벼 2기작은 6월 초순보다 한 달 보름 이상 빠른 4월 중하순에 첫 모내기를 해 7월 중순 1차 수확을 한다. 이어 곧바로 2차 모내기를 하고 10월 말 2차 수확을 하는 방식이다. 올해 경남의 1차 모내기는 15일 창녕군 대지면 본초리, 고성군 고성읍 우산리 등지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5월 4일 고성군 허 씨가 첫 모내기를 한 데 비하면 20일이나 앞당긴 것이다. 전남 강진군에서도 귀농인 윤승일 씨(59)가 2기작을 겨냥해 경남보다 이른 10일 2350m²의 논에 모내기를 했다.
벼 2기작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무난한 2기작을 위해서는 연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에, 온도 변화가 적어야 하지만 한반도 남부 지방의 연평균 기온은 15도 정도다. 특히 주야간 온도차가 심하고 최저 기온이 너무 낮은 것도 장애요소다. 장기적으로는 연평균 기온이 2도 정도 올라가고 2기작에 적합한 품종이 개발돼야 보편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래를 대비한 시험재배라면 몰라도 자치단체가 무리하게 면적을 확대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남도 친환경농업과 이우택 주무관은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기후변화에 적극 대비하는 측면에서 2기작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성과를 분석해 가면서 면적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 벼 조기 재배도 새로운 추세
2기작은 아니지만 추석 전 햅쌀 판매를 목표로 벼를 조기에 재배하는 농가도 증가하고 있다. 추석 전에 벼를 수확한 뒤 대형 유통점 등과 계약해 일찍 햅쌀을 판매하면 가격이 20%가량 높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지난해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과 조기 생산 쌀 판매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조기 재배는 노동력 분산 효과와 함께 수확기 태풍도 피할 수 있지만 역시 수량 감소와 품질 저하가 걸림돌이다. 경남에선 창녕 100ha를 비롯해 밀양, 거제, 하동 등 8개 시군 127ha의 면적에 조기 재배를 위한 모내기가 이미 끝났다. 함안 250ha 등 경남 전체로는 올해 조기 재배 면적이 1000ha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경남 지역 조기 재배 면적은 952ha였다.
경남도는 벼 2기작과 조기 재배용 육묘를 위해 6억 원을 들여 전국에서 처음으로 창녕군 대지면 효정리 일원 3600m²에 육묘장을 짓고 있다. 다음 달 초 준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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