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일 만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표를 즉각 수리하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 작업과 사고 수습이기 때문에 사고 수습 이후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건부 사표 수리라는 얘기다. 사고 수습 시점은 세월호 희생자의 시신 수습을 마무리하고 선체 인양이 이뤄질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의 사표를 6·4지방선거 이전에 수리하더라도 다른 장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는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며 “더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표 수리’ 방침에 따라 당분간 정 총리는 사고 수습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총리실에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구축 방안 △안전 정책과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총체적 점검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 보는 공무원의 퇴출 등 3가지를 지시했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박 대통령도 보다 적극적인 민심 수습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시 한 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무기력함을 보여준 관료 사회의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에 앞서 ‘해양수산부 마피아’로 지목된 해양안전 관련 기관장들도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해수부의 전신인 국토해양부 2차관을 지낸 주성호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선박 안전검사와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선급의 전영기 회장도 같은 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해수부는 두 기관에 위임한 선박 운항 및 안전관리 업무를 산하 공단 등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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