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마지막 메시지]
“난 괜찮은데 밖에 애들이 ㅠㅠ”… 배 기우는데도 친구들 먼저 챙겨
“전부 사랑해” “이따 만나자”… 학생들 문자 보내며 서로 격려
“한 번만 읽어도 당시 상황이 생생히 떠오르는 거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차마 두 번은 못 읽겠어요.”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직접 분석한 검경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28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승객들이 위기를 직감하고 가족과 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카톡 메시지 내용은 냉정해야 할 수사관조차 눈물을 흘리며 읽어야 했을 만큼 애절했다.
○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 나 괜찮아”
“난안에잇어서괜첞은데” “밖에잇는애들이ㅠㅠㅠㅠ”
단원고 2학년 A 양은 16일 오전 10시 8분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엄마는 바로 “용기 잃지 말고 친구들과 잘 있다 나와”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직도 딸은 답장이 없다. 안내방송만 믿고 구명조끼를 입은 채 기울어가는 객실 안에서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다가 밀려드는 물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엄마와 딸의 마지막 대화는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엄마는 오전 10시 수학여행을 간 딸로부터 사고가 났다는 카톡 메시지를 받자마자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잠시 후 “나전화안돼ㅠㅠㅠㅠㅠㅠㅠ”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이미 배가 급격히 기울어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와 통화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엄마는 다급한 마음에 “고ㅑ찮은거지(‘괜찮은 거지’의 오타)”라며 상황을 물었다. 딸은 “응응” “난괜찮어” “우리는배안에” “방안에잇어사” “구명조끼다입고 있어”라며 짧게 끊은 메시지를 연속적으로 보냈다. 몸을 지탱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문자를 길게 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딸은 사랑하는 엄마가 걱정하는 게 마음이 아팠던지 마지막 순간까지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엄마가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3차례에 걸쳐 “잘 있는거지?”(오전 10시 2분) “친구들과 잘 댜처(대처)하고 있어”(오전 10시 4분) “정말 괜찮은거지”(오전 10시 5분)라며 잇따라 상황을 물을 때마다 딸은 “응응” “걱정하지마요” “난안에잇어서괜첞은데 밖에잇는애들이ㅠㅠㅠㅠ”라며 엄마를 안심시켰다. 엄마 휴대전화에 ‘이쁜이’라고 저장돼 있는 딸로부터 온 마지막 메시지였다.
○ “우리 진짜 죽을 거 같아. 사랑한다.”
“얘들아 살아서 보자∼” “전부사랑합니다” “여러분사랑합니다” “살아서만나자ㅋㅋ”
단원고 2학년 4반 학생들이 16일 오전 9시 16분부터 반 전체가 모인 카톡창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다. 배가 기울어갈수록 채팅을 하는 학생 수는 점점 줄어갔고 답장과 답장 사이의 간격은 점점 길어졌다. 서로를 격려하는 대화는 한 학생이 오전 9시 56분 “이따 만나자 부디...”라고 보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끊겼다.
삶의 마지막을 직감하고 학교 동아리 선후배에게 외친 ‘마지막 고백’도 심금을 울린다. 단원고 1∼3학년 연극부원 30명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는 2학년 B 양이 오전 9시 5분 “우리진짲·ㄱ을거같애(‘우리 진짜 죽을 거 같아’의 오타)”라며 운을 떼더니 “얘들아 진짜” “내가 잘못한거있으면” “다 용서해줘” “사랑한다”라며 1분 동안 진심이 담긴 메시지 5개를 쏟아냈다.
○ 오전 10시 17분 마지막 카톡 메시지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방송은 안 나와요.” 단원고 학생이 16일 오전 10시 17분 세월호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카톡 메시지다. 당시에는 배가 100도 가까이 기울어 이미 절반 넘게 물에 잠긴 상태였다. 그는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철석같이 믿고 객실 안에 있다가 밀려오는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 씨 등 갑판부 선원들이 브리지(선교)를 탈출해 해경 구조함에 몸을 실은 오전 9시 45분으로부터 32분이나 지난 시각이었다.
합수부는 세월호 승객들의 휴대전화 442대 중 카카오톡 서비스에 가입한 390대에서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 내용을 전수조사해 마지막 카톡 발신 시각을 밝혀냈다. 승객 476명 중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았던 34명은 대부분 영·유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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