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가는 천안함 유족들 “그 고통 알기에 더 조심스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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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아픔을 함께]
20여명 30일부터 3박4일 봉사

“마음 아플 것, 각오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분들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더 조심스럽습니다.”

4년 전 천안함 폭침으로 아들·남편을 잃은 유가족 중 20여 명이 30일 전남 진도로 향한다. 3박 4일 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세월호 침몰로 피붙이를 잃은 가족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해서다. 이인옥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장(52)은 “세월호가 침몰할 때 한번 놀랐고, 그 안에 어린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는 얘기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배 안에 있을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들을 보니 예전 우리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몇 번을 진도로 달려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4년 전 느꼈던 절망감을 떠올리니 어설픈 위로가 오히려 상처가 될까봐 섣불리 나설 수도 없었습니다.”

내 아이가 탄 배가 가라앉았다는 충격, 배 안에 생존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에 더 고통스러운 시간,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기를 바라며 견뎌야 하는 기다림까지…. 이 회장은 과거 자신들이 겪었던 고통스러운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계속 눈에 밟혀 괴로웠다고 했다.

정부에서는 천안함 유족협의회 측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 측이 진도로 가면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협의회 측은 “(군인 가족이었던) 천안함과 달리 세월호 승객들은 배경이 다양하고 가족 대표단도 수시로 바뀌는 등 상황이 다르다”며 봉사에만 집중할 뜻을 밝혔다.

30일 내려가기로 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원봉사자 수가 줄고 있어 실질적인 일손이 필요하다는 진도군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봉사에 참여하는 가족들은 기꺼이 휴가를 냈다. 청소든 빨래든 일반 자원봉사자들과 똑같이 봉사 신청을 하고 일을 배정받아 묵묵히 봉사하면서 실종자 가족들 곁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협의회 측은 틈틈이 노인요양원 청소봉사와 기부를 해왔다. 4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밥퍼나눔운동’ 본부에서는 배식 봉사를 하기도 했다. 막상 같은 슬픔을 공유한 이들 곁에 가는 데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4년간 달래 온 마음속 상처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 슬픔이 얼마나 큰 줄 알기에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고 했다.

“어느 봉사활동보다 힘든 일이 될 거라 생각하고 마음 단단히 먹고 있습니다. 그분들(실종자 가족)께 실수하는 일 없이, 먼 거리에서라도 위로가 되고 싶습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세월호 참사#천안함 유족#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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