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바다에서 아들은 너무 늦게 돌아왔다.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아들은 부패가 진행돼 시신 기증조차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다시 한 번 가슴을 쳤다.
29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A 군(17)은 침몰한 세월호 선체 객실에서 발견됐다. 차디찬 바닷속에서 벌써 2주일이나 지난 뒤였다. 가족은 더딘 수색작업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아버지 B 씨는 고심 끝에 시신을 기증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평소 남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아들의 뜻을 기리고 싶었던 것이다. B 씨는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시신 기증을 제안했다. 그는 “그렇게 보내야 세상을 밝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시신 기증의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A 군의 가족은 결국 빈소를 예약한 뒤 시신 기증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하지만 아버지의 큰 뜻은 이뤄지지 못했다.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전화로 기증 의사를 밝힌 유족에게 “훼손된 시신은 기증받을 수 없다”는 의사를 전했다. 사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 시신의 부패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B 씨의 지인은 “시신 기증은 숨진 지 몇 시간 안에 가능하다더라.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니 얼마나 한스럽겠느냐”고 말했다.
A 군 가족의 결정이 좌절됐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 사람들은 더욱더 안타까워했다. 가족의 한 지인은 “빨리 구했으면 기증이라도 할 수 있지 않았느냐”며 “늦어도 너무 늦었다. 가족들은 더 큰 상처를 입은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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