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현장 뒤흔드는 프로 훼방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혼란 키운 엉터리 전문가]
근거없는 선동… 황당 유언비어…

시신만이라도 찾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황당한 유언비어와 어처구니없는 선동에 또 한번 상처받고 있다. 사고 초기 정부의 어설픈 대응에 분노했던 가족들은 현장에 나타난 자칭 ‘전문가’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돌아온 건 더 큰 좌절감뿐이었다. 무엇보다 ‘훼방꾼’들의 검증 안 된 주장 때문에 분초를 다투는 실종자 구조에 차질이 생기고 사회적으로는 큰 혼선이 빚어졌다.

구조작업을 둘러싼 차질은 사고 초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른바 ‘SOS 괴담’이 유포되면서 시작했다. 주된 내용은 “식당 쪽에 사람들이 많이 살아 있다.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초기 구조작업은 객실보다 식당 칸에 집중됐지만 이곳에서는 지난달 25일까지 단 3구의 시신만 발견됐다. 오히려 뒤늦게 수색에 나선 선수와 선미 쪽에서 다수의 시신이 확인됐다.

지난달 18일 홍가혜 씨(26)의 종합편성채널 MBN 인터뷰도 빼놓을 수 없다. 홍 씨는 “갑판 벽 하나를 두고 생존자와 대화를 한 민간 잠수사도 있다. 해경이 민간 잠수사의 구조활동을 막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민간 잠수사까지 “들어가서 구할 수 있는데 해경이 막고 있다”고 거들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은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홍 씨의 말은 송두리째 거짓이었고 구조에 투입할 만한 실력을 갖춘 민간 잠수사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1일 실패로 결론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 투입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구조현장을 뒤흔든 유언비어와 선동은 엉뚱하게 ‘연출’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조문을 위해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 위로의 말을 나눈 한 할머니가 동원된 인물이라는 것. 이 할머니는 유족이 아니라 근처에 사는 일반인으로 밝혀졌다.

상황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책임은 1차적으로 정부에 있다. 사고 첫날부터 구조자 수가 수차례 오락가락하고 승선자 명단까지 파악하지 못하는 등 무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부가 상황을 100% 파악하지 못하면서 통제 불능의 상태가 이어졌고 그 틈을 타 갖가지 유언비어와 선동이 판을 친 셈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부모 자녀의 생환을 기다리다 이제 시신만이라도 찾기를 염원하는 가족들은 유언비어와 선동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강은지

진도=박성진 기자
#세월호 참사#실종자 구조#유언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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