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험에 노출된 학교 건물이 곳곳에 있어 학생들이 위험에 방치돼 있다(본보 4월 30일자 A13면 참조). 특히 관리 의무가 있는 교육당국이 그 책임을 일선 학교에 떠넘기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해 학생 안전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오후 찾아간 서울 은평구의 A고교 별관. 3학년 582명이 쓰는 이 건물 측면 비상계단 쪽 벽에는 최대 폭이 30cm에 이르는 균열이 1m 이상 생겨 벽 전체가 내려앉아 있었다. 벽 안쪽에 있는 교실 역시 외벽이 내려앉을 때 함께 침하돼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계단처럼 층이 생겨 있었다. 1967년 건물을 지을 당시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건물도 함께 침하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D, E등급을 받은 학교는 각각 121개교와 2개교. 통상 시설물 안전점검에서 D, E등급을 받으면 재난위험시설로 분류한다. 중점관리 대상인 C등급을 받은 학교도 1307곳에 달한다. A고교의 별관은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긴급한 보수 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지만 최종적인 건물 관리 책임이 있는 시도교육청의 대응은 크게 미흡하다. 시도교육청이 분기마다 한 번씩 학교 현장을 찾아 육안으로 안전성을 살피는데 이때 문제가 지적되면 정밀점검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장에선 점검 자체가 수박 겉핥기식이다.
서울 동작구의 B고교 행정실장은 “안전성 검사라는 게 쭉 둘러보며 학교 관계자 설명만 듣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또 “일단 교육청 직원이 시설 전문가가 아니다. 안전성 검사를 꼼꼼하게 해야 정밀검사 대상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도교육청이 안전 문제를 학교 측에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것도 문제. 보통 학교들은 매월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행정실장, 시설 담당자 등 학교 관계자들이 점검하고 학교장이 최종 확인 서명을 하는 식이다. 학교는 매월 점검기록을 제출하고, 재난위험시설 지정 안내 표지판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학교 측 의무로만 돼 있어 학교 현장에선 교육당국이 지시만 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면피 행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교 관계자는 “시설 전문가도 아닌 학교 관계자가 알아서 점검하고 책임까지 지라는 건 교육당국의 ‘세월호식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 당국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가장 근본적인 학교 시설 관련 예산 편성을 소홀히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비난을 피하긴 어렵다. 공립학교의 개축 비용은 교육 당국이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사립학교의 경우엔 교육청이 비용의 70%를, 학교 측이 30%를 부담해야 한다. 재정이 열악한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은 사실상 공사를 진행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교육청은 규정을 손질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시도교육청에 교부금을 지원하는 교육부 역시 책임이 크다. ‘학교 시설 개축비’ 항목을 슬그머니 보통교부금 항목에서 제외하고, 학교 시설 개선 관련 특별교부금 역시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