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실종자 수색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거센 조류로 시신이 침몰지점에서 4.5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는 등 시신 유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시신 유실에 대한 정부의 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2일 오전 6시 반 사고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4.5km 떨어진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여성 실종자의 시신 1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시신은 2일 오전 5시경 세월호 선체 3층 중앙에서 발견돼 잠수사가 수면 위로 끌어올리던 중 강한 조류 때문에 놓쳐 떠내려갔다. 1시간 반 만에 4km 이상 떠내려간 것이다.
세월호 유실물도 속속 발견됐다. 사고 지점에서 약 31km 떨어진 진도 금갑해변에서는 가방, 슬리퍼 등 유류물 23점이 발견됐다. 15km 떨어진 외병도 앞 바다에 어민이 쳐 놓은 닻자망에는 객실 침대 매트리스 2개와 작업복 1개가 걸렸다. 이 닻자망은 침몰사고 이전에 어민들이 친 그물이지만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해 그대로 두도록 한 것이다. 대책본부는 “조류를 고려했을 때 시신이나 유류물이 침몰 지점에서 60∼70km 떨어진 곳까지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뒤늦게 시신유실 방지에 나선 대책본부는 “진도군 관내 어선 213척 중 일부를 동원해 인근 무인도 211곳을 수색 중”이라며 “쌍끌이 저인망 어선 8척도 사고지점 15km 반경을 훑고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섬에 어민들이 쳐 놓은 낭장망(그물) 489틀도 금어기(禁漁期)가 시작되는 16일부터 철거해야 하지만 계속 유지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한 정부의 초동대처가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사고 3일째가 돼서야 저인망 어선을 투입했고 4일째 주변 해역에 그물망을 쳤다. 그 사이 몇 구의 시신이 유실됐고 어디에 있는지는 조류의 방향과 세기, 수심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아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 해양전문가는 “사고 당일 침몰 지점을 그물로 둘러쌌어야 했다”며 “지금에 와서 유실을 막겠다는 건 초대형 수영장에서 종이컵 몇 개를 휘젓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진도 어민들은 실종자 유실 가능성이 커진 2일부터 어선 수색작업을 재개했다. 어민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3∼7일간 자발적으로 대규모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정부의 특별한 조치가 없자 조업을 하면서 유류품 등을 인양했었다.
이날 수색에 참여한 진도 어선은 44척이다. 김 생산자 30명이 탄 어장관리용 어선 6척은 사고지점에서 남쪽 신의면 의신면 매몰도 주변 무인도를, 낭장망 회원 17명이 탄 어선 5척은 북쪽 조도면 가사도 인근 무인도를 수색했다.
침몰 당시 승객 수십 명을 구한 어부 김준석 씨(40)는 “밤에 군이 조명탄을 쏘면 세월호 구조 상황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해안가를 돌며 수색한다”고 말했다. 승객들을 구한 전남도 어업지도선 201호선 임종택 씨(47)와 박승기 씨(44) 등 어업지도사 5명도 대형 참상 목격 후유증을 이기고 다시 바다로 나갔다. 임 씨가 탄 201호는 이날 조도면 외병도 서쪽해역을, 207호는 병풍도 남동쪽 해역을 각각 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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