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부처님오신날 애도]
朴대통령 “국민생명 못지켜 죄송”
역대 대통령중 봉축 법요식 첫 참석… 세월호 참사 관련 네번째 사과
자승 스님 “우리 모두의 共業 뼈아픈 통찰과 참회 있어야”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재차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인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해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불의를 묵인해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국가 정책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상의 왼쪽에는 ‘극락왕생 무사귀환’이라고 쓰인 노란 리본을 단 차림이었다. 대웅전 옆 극락전 앞에는 ‘세월호 희생자 극락정토 왕생발원’이라고 적힌 박 대통령 명의의 영가등(靈駕燈·망자의 영혼을 천도하기 위해 다는 등)도 달렸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네 번째다. 세월호 사고 13일 만인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간접 사과’라는 비판이 커지자 책임을 통감하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았다.
조계사 법요식에는 박 대통령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원로회의 의장 밀운 스님,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봉축보다는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강했다.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타종과 묵념에 이어 한글반야심경 봉독,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의식, 축원문 낭독, 자승 스님의 봉축사, 박 대통령의 봉축 메시지, 진제 스님의 법어 등이 이어졌다.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은 “목숨을 잃은 이는 고해에서 벗어나 극락에서 잠들고, 구조된 분들은 평정한 마음을 찾고, 인명을 구조하는 사람들은 안전을 지키고, 가족은 실의에 빠지지 않게 해 달라”고 축원했다. 자승 스님은 “세월호 사고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며 기본 상식을 지키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공업(共業)이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뼈아픈 통찰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회 때마다 선(禪) 대중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진제 스님의 법문도 여느 때와는 달랐다. 스님은 먼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합장기도를 청했다. 이어 “금일 부처님오심을 봉축함과 더불어 세월호 참사에 따른 모든 희생자분들이 영원한 진리의 낙을 누리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승(山僧)도 진리의 등불을 하나씩 선사하고자 하오니, 모든 영혼들께서는 이 등불을 가지고 극락세계에 왕생하시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원드린다”고 했다.
김영주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박남수 천도교 교령, 서정기 성균관장,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이주화 이슬람 이맘,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등도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 팽목항 임시 법당에서도 법요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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