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에 격무 시달리는 선원들… 국회 ‘비정규직 금지’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정부 대책]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 발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회와 노동계가 선원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된 직종에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선원 등을 반드시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해 처우와 책임감을 동시에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해운업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선원은 정규직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경협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선원 등 국민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업무에 대해선 계약직(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금지하는 ‘기간제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8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사업주가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현행 기간제법은 사실상 모든 업무에서 비정규직 채용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선원 △간호조무사 △하역 업무 △건설공사 현장 업무 등 파견 고용이 이뤄질 경우 안전 위험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는 직종에 한해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업무까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파견법과 법률적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선원의 비정규직 고용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업계 특성상 선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력 반발했다. 특히 외항선원은 보통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배를 탄 뒤 1년 이상의 휴가를 갖고, 다시 배를 타기 때문에 정규직은 곤란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국내 선원 3만8000여 명 중 비정규직은 70% 이상으로 추산된다. 세월호 역시 선원 25명 중 선장을 포함해 15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정부는 선원의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할 경우 다른 직종에 대해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신중한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07년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 때도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노사정 합의로 도입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번 사안도 국회를 통과하려면 노사정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여객선 선원들의 열악한 처우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여객선 선원들의 낮은 처우가 사고의 한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선원 인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처우마저 열악하다 보니 안전사고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만한 젊고 능력 있는 선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말 국내 해양수산 분야 선원 수요는 연간 5만8548명이지만 약 33.4%가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50대 이상 고령 선원은 약 60%에 이르고, 내항선의 경우 예비 선원 비율은 1.3%에 불과해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

연안여객선 선원의 평균 월급은 2011년 기준 약 329만 원으로 선원 전체 평균 임금의 77% 수준에 불과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실력 있는 선원들은 저임금과 격무에 시달리고 비정규직으로 고용까지 불안한 내항선 근무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를 졸업한 엘리트들은 국내 여객선보다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외항선을 운영하는 대기업을 선호한다. 박윤수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고용지원부장은 “실력이 떨어지거나 나이 든 선원이 연안 여객선에 배치되면 여객선의 해사 재난사고 때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성열 ryu@donga.com / 진도=권오혁·박민우 기자
#세월호 참사#선원#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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