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전남 목포한국병원 중환자실. 인천해양경찰서 항공단 소속 정모 경사(49)의 부인(47)이 불안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정 경사의 부인은 고등학교 1학년생인 딸이 전화를 걸어 “어버이날인데 어떡해, 아빠 괜찮아? 엄마, 면회 가면 아빠 꼭 바꿔줘”라며 울먹이자 “지금은 아빠가 어떻게 말을 해”라고 힘겹게 답했다. 이들의 가장인 정 경사는 7일 세월호 구조현장에서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졌다.
정 경사는 세월호 수색구조를 위해 33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6일 인천해경에서 24시간 근무를 했다. 정 경사가 탄 해경 B517호 헬기는 이튿날인 7일 오전 8시 50분 인천해경을 이륙해 1시간 40분 뒤인 오전 10시 반 전남 영암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대에 도착했다. 연료를 넣자마자 헬기는 이륙해 세월호 사고 해역으로 날아갔다.
이후 연료주유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하늘에 떠서 실종자 수색을 8시간 동안 했다. 정 경사는 24시간 근무한 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사고 해역으로 날아가 항공수색을 연거푸 한 것이다. 그가 탄 헬기는 항공수색을 마치고 7일 오후 6시 28분 사고 해역에 떠 있던 목포해경 3009함에 착륙했다. 그는 식사를 마친 뒤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뇌출혈 진단을 받고 4시간 동안 응급수술을 받았다. 7일 오후 병원에서 만난 정 경사의 동료들은 “세월호 승객들을 살리지 못해 백번 할 말이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티조차 내지 못하는 분위기라서…”라며 말을 아꼈다. 헬기 탑승은 체력 고갈이 커 1시간만 타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다는 게 조종사들의 얘기다.
뇌출혈 수술을 받은 정 경사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2주일 정도 진행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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