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선원들은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도망갔고, 정부는 구조과정에서 온갖 허술함을 드러내며 우왕좌왕해 국민을 분노케 했다. 결국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선원 및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질 경영자인 유병언 전 회장 일가 수사에 나섰고, 사고원인 규명은 물론이고 해운업계 비리까지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사정기관의 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해경의 부실 구조과정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특별검사제, 국정조사, 청문회, 특별위원회 도입,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총동원하겠다는 태세다.
해경은 침몰 현장에 도착해 배 안에 몇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는지, 선장 등 선원은 어디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갑판에 있는 승객들만 구조하기에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선장 등 선원은 아무 제지 없이 제일 먼저 구조선에 올랐다. 만약 해경이 초기에 선원들을 찾아내 상황을 파악한 뒤 적극적으로 내부로 진입해 승객을 대피시켰다면 훨씬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사고 이후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운항과정의 문제점뿐 아니라 사고발생 원인과 사고수습 과정의 문제점까지 명백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해경 구조과정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채 “대상과 범위를 가리지 않고 수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해경이 수색작업을 지휘하고 있다보니 당장 수사하긴 부담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해경을 처벌하기 위해선 ‘고의로’ 직무를 태만히 했는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은 해경이 왜 출동 초기 세월호 내부에 진입하지 못했고,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조타실로 들어가 대피 방송을 못했는지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처럼 해경의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수사하면 ‘정부의 무능’을 밝히는 꼴이 돼 정권이 불편해할까 봐 검찰이 수사를 미루고 있다면 이야말로 검찰의 직무유기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있는 그대로 밝혀내는 게 검찰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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