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항의 유족 靑 면담뒤… 보도국장 사임하고 사장 사과

[세월호 참사/ KBS 보도국장 발언 파문]
“문제 발언 당사자 인사조치를”… 유족들 청와대앞 12시간 철야농성
정무-홍보수석 “의사 전달하겠다”… 유족들 “소통 됐다” 다시 안산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 120여 명이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 도착한 것은 9일 오전 3시 50분경. 전날 오후 10시경 여의도 KBS 본관 정문에서 김시곤 보도국장이 세월호 사망자 수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밤샘 항의를 한 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야겠다’며 청와대로 향했다.

○ 세월호 유족들 청와대 앞에서 밤샘 농성

유가족 대표들은 청와대를 찾은 이유를 “보도국장의 망언 탓에 일이 벌어졌는데 정작 당사자들이 면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는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과 이정현 홍보수석, 주광덕 정무비서관, 박동훈 행정자치비서관이, 유가족 측에서는 가족대책위원회 김형기 부위원장과 유경근 대변인,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황필규 공익변호사재단 공감 변호사가 각각 대표로 나섰다. 면담은 오전 9시 20분부터 1시간 40분간 진행됐다.

유가족 측은 △KBS 사장의 사과 △KBS 보도국장 인사 조치 △유가족 대표와 대통령의 면담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청와대 측은 “(KBS와 관련한 문제는) 청와대가 직접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으나 KBS에 충분히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 박 대통령, 유가족 직접 면담은 우회적으로 거절

청와대 면담이 이뤄지고 3시간 뒤 김 국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의를 표명했고, 길환영 사장도 오후 3시 반경 농성 현장을 찾아 유가족 앞에 머리를 숙였다.

오후 4시경 유가족은 “청와대와 의사소통도 됐고 KBS 사장의 사과도 받았으니 일단 안산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상경한 지 18시간 만이다.

대통령 면담과 관련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는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나 (정부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안산을 방문했을 때 유가족들의 의견을 들었고 적극적인 검토를 지시해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왔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또 다른 의견을 전달해 준다면 그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유가족과 대통령의 직접 면담을 우회적으로 거절한 셈이다.

○ 거세지는 재야세력의 항의

이에 앞서 진도 팽목항에서도 KBS에 대한 유가족들의 항의가 있었다. 일부 실종자 가족이 항의하는 바람에 KBS 측은 9일 오전 중계차를 팽목항에서 철수시켰다.

10일 오후 6시 안산문화광장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의 촛불집회가 열린다. 촛불집회에 앞서 이날 오후 3시에는 정부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화랑유원지에서 노란색 리본을 두른 시민들과 분향소를 감싸는 ‘인간띠 잇기’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유족들은 이 촛불집회를 비롯해 앞으로 외부 주최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월호 유가족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권도 총공세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9일 오전 최고위에서 “KBS 보도국장의 발언과 처신은 적절치 않았다”면서 “보도국장의 사과와 회사 차원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한다고 요구했다.

김 국장의 사표가 수리된 뒤 새정치연합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은 공동 명의로 “길 사장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준엄하게 요청한다”며 “즉각 사장자리에서 퇴진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지금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라면서 “가족들의 아픔까지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승택 hstneo@donga.com·이재명·강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