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사, 사용료 200억 적게 써냈는데도 선정
탈락 중소-중견업체 “심사과정 의혹”
공사측 “종합 판단… 점수 공개못해”
18홀 이상 대중 골프장으로 서울 시내에 처음 들어서는 김포공항 골프장 조성 사업의 사업권을 둘러싸고 심한 잡음이 일고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입찰을 진행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입찰 참가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옆 서울 강서구 오곡동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 일대 99만8126m²에 27홀 규모의 대중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한 끝에 지난달 10일 귀뚜라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입찰에는 △귀뚜라미그룹, 롯데건설, 골프플랜 △경동나비엔, 대보건설 △금호개발상사, HLE코리아 등 3개 컨소시엄이 경합했다.
공공기관인 공항공사 땅에 조성돼 2017년 개장되는 이 골프장은 민간사업자가 건설해 20년 동안 운영하며 사용료를 내게 된다. 공사 측은 △출자자 구성 및 재원조달계획(180점) △건설계획(300점) △관리운영계획(220점) △공공기여도(150점) △토지사용료(150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제안입찰 결과 귀뚜라미 컨소시엄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쟁 컨소시엄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동 컨소시엄 측은 특히 공항공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토지사용료를 가장 높게 써냈는데도 탈락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토지사용료는 평가항목 중 유일하게 객관적인 수치를 근거로 정량 평가하는 항목. 경동 컨소시엄은 연간 토지사용료로 45억 원을 제시해 각각 36억 원, 40억 원으로 알려진 귀뚜라미, 금호 컨소시엄보다 높다는 것이다. 경동 컨소시엄 관계자는 “경동이 선정됐다면 가장 낮게 제시한 귀뚜라미보다 연간 9억 원, 운영기간인 20년간 이자를 포함해 200억 원 이상의 토지사용료를 공항공사가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들은 귀뚜라미 컨소시엄에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점도 문제로 삼고 있다. 공항공사가 중소업체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의 출자 및 시공비율 등을 평가항목에 넣고도 대기업 계열사가 참가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는 지적이다.
경동 측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 컨소시엄이 탈락한 것은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과도 배치된다”면서 “인건비 등이 비싼 대기업 건설사가 참가할 경우 건설비가 높아져 자칫 그린피(골프장 입장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토지사용료가 높으면 오히려 그린피가 높아질 우려가 있으며 토지사용료는 연간 30억 원만 넘으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건설계획, 관리운영계획 등 종합적으로 점수를 매긴 만큼 세부항목만 놓고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의원 한 명은 이번 입찰과정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평가점수 공개를 요청했지만 공항공사 측은 “사업제안요청서(RFP)에 점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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