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 “간부 물갈이”… MBC 기자들도 비판성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3일 03시 00분


KBS-MBC, 세월호 보도 싸고 내분 격화

KBS 기자들 긴급총회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KBS 기자들이 기자총회를 열고 최근 세월호 관련 보도와 공영방송의 독립성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KBS 기자 협회 제공
KBS 기자들 긴급총회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KBS 기자들이 기자총회를 열고 최근 세월호 관련 보도와 공영방송의 독립성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KBS 기자 협회 제공
세월호 참사 보도를 둘러싸고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자사 보도가 정부에 우호적이라고 공개 비판하며 보도국장의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가 하면, 사석에서 한 간부의 발언까지 공론화하고 있다.

1997년 이후 MBC에 입사한 기자 121명은 12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자사의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7일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박상후 전국부장의 보도가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세월호 피해자)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박 부장은 당시 보도에서 민간잠수부 이광욱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또 “사고 초기 일부 실종자 가족은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구조 작업이 느리다며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쳤다”며 “쓰촨 대지진 당시 중국에서는 원자바오 총리의 시찰에 크게 고무돼 대륙 전역이 애국적 구호로 넘쳐났고,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인들은 놀라울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MBC 기자들은 성명에서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다”며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다. 가슴을 치며 머리 숙인다”고 세월호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MBC 3개 노조 중 진보성향인 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박 부장이 세월호 피해자에 대해 ‘그런 ×들은 (조문)해 줄 필요 없다’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한다’며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는 “해당 부장에게 확인한 결과 그런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허위 주장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BS는 이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했다는 논란을 빚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후임으로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을 임명했다. 이에 KBS 2개 노조 중 진보성향인 언론노조 KBS 본부(새노조)는 백 국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새노조는 성명에서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고교(광주 살레시오고교) 동문인 인물을 보도국장에 임명한 것은 뉴스의 정상화를 염원하는 사내 구성원들의 요구에 맞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또 “길환영 사장은 물러나기 전에 뉴스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하기 위한 보도본부 간부들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하라”고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저녁 길 사장의 보도 통제와 퇴진 문제 등을 다루는 긴급 기자총회를 열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KBS와 MBC의 내분 사태에 대해 “방송사의 지배구조가 정치권력에 종속되다 보니 보도국이 주류와 비주류로 분열되고 뉴스 가치를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하면서 이런 소모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백운기#kbs#mbc#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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