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찔한 수업… 당국은 계속 모르쇠
안전등급 중간인 학교 1307곳도 복도 곳곳 갈라지는 등 보수 시급
“안전점검하라” 학교에 떠넘기고 지원계획조차 없이 예산타령만
서울의 A초등학교 본관은 1966년에 지어진 노후 건물. 곳곳이 쩍 갈라진 복도는 보기에도 위험할 정도였고, 복도 창틀의 안전봉 중 일부는 아예 설치되지 않았다. 또 교실 창틀의 안전봉은 부식이 심해 교체가 시급했다. 건물 바닥상태를 확인한 시설전문가는 “안전성을 인정받은 일반 건물보다 5배 이상 붕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상태가 이런데도 이 건물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개·보수 등의 목적으로 지원받은 금액은 8억 원 정도. 보통 학교 개축에 50억 원가량 드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지난해 이 학교의 안전 관련 예산 사용액은 노후시설보수비 3400만 원 등 5000만 원에 불과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의 시설 상태 등을 감안하면 개·보수하는 데 최소한 3억 원 이상은 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것이 과연 A초교만의 문제일까. A초교 본관 건물의 안전등급은 C. 이렇게 C등급을 받은 학교는 전국적으로 1307곳에 달한다. 통상 시설물 안전점검에선 D, E등급을 받아야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심각한데도 시급하게 개선되지 못하고 늘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최근에 지어진 학교가 아니라면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겪고 있는 ‘민낯’이기도 하다.
본보는 지난달 30일자 A13면, 이달 2일자 A14면에서 각각 서울 용산구의 B고교, 은평구 C고교의 학교 건물 안전문제를 지적했다. 1956년에 지어진 B고교 건물은 붕괴 우려가 있어 4층 건물 8개 교실을 2학기부터 비워야 한다. 1967년에 지어진 C고교 별관 건물은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건물도 함께 가라앉고 있다. 두 건물 모두 지난해 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D, E등급을 받은 학교는 각각 121개교와 2개교다.
그러나 거듭된 지적에도 교육 당국은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환경개선특별회계 마련 △특별교부금 집행 △안전 예산 우선 편성 등은 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으로만 등장할 뿐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본격 추진하겠다는 발표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 안전 관련 예산은 각종 복지 예산에도 밀리는 후순위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답답한 건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관내 학교들에 ‘재난위험시설심의위원회 결과 알림 및 안전관리계획이행’이란 공문을 보냈다. 안전 관련 각종 점검기록 등을 교육청에 제출하라는 내용. 이와 관련해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교육청이 지원은 제대로 안 해주면서 관리 및 안전점검 책임만 학교에 떠넘긴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C등급 고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이모 씨(49)는 “금 간 벽이나 솟아오른 복도를 보면 건물 자체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을 수백 명의 아이들을 떠올리면 이만저만 걱정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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