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만명 이용 도심지하상가, 꼭꼭 숨은 소화기-손전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5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 한달/안전불감증 여전]
안전수칙 외면 다중이용시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대표적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상가는 화재나 정전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안전 수칙도 지키지 않는 사례가 허다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지하상가는 지하철 3, 7, 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연결돼 있어 하루 유동 인구가 20만∼30만 명에 달하는 대표적인 지하상가. 13일 이곳을 찾아 휴대용 비상손전등의 비치 상태를 확인해 봤다. 지하상가 특성상 여러 이유로 정전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극도의 패닉 상태에 빠져 앞다퉈 출구를 찾다가 서로 충돌하거나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그래서 비상상황 시 ‘생명줄’ 역할을 하는 손전등은 필수 장비로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손전등은 가게에서 진열된 상품 사이에 가려 쉽게 찾기가 어려웠다. 반포지하상가를 자주 찾는다는 장모 씨(31)는 “휴대용 비상손전등이나 소화기를 거의 보지 못해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하상가에서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유도등과 함께 소리로 피난 방향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또 일부 지하공간에는 천장을 강화유리로 만들어 외부에서 빛이 들어올 수 있게 한 곳도 있다.

소화기도 마찬가지였다. 소화기 앞에 물건을 잔뜩 쌓아둬 소화기가 보이지 않는 곳이 많았다. 지하상가는 화재 발생 시 진열된 의류나 인테리어 소품 등에 불이 쉽게 옮겨 붙어 초기 진화가 중요한데도 상인들의 진열 욕심에 소화기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또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 셔터가 내려오는 곳에 물건이 놓여 있는 경우도 보였다. 반포지하상가를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상인들에게 ‘재난 발생 시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사고 발생 우려가 있어 소방시설 주변에는 물건을 쌓아두지 말라’고 사진과 함께 공고문까지 붙였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각종 시험 준비생이 모여드는 서울 노량진 일대 학원가도 화재나 갑작스러운 위험 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14일 방문한 이곳 학원의 교실에는 수강생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입구에서 교실로 가는 통로는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비좁았다. 별도의 비상구가 없는 경우가 많았고 따로 비상구가 있어도 학원에서 사용하는 집기나 폐가전제품을 쌓아 둬 비상시 탈출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일부 학원은 비상구에 ‘학원 뒷문 출입금지’란 경고 문구를 써 붙여 놓고 아예 잠가 놓기도 했다.

또 소화기 및 비상조명등이 있다고 표시된 곳에는 해당 장비가 없었다.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화재 시 대처 요령을 알려주는 공고문을 붙여 놓기도 했지만, 미로 형태의 건물에 많은 학생들이 몰려 있는 상황에선 무용지물처럼 보였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다중이용시설 화재 시 건물 구조를 잘 아는 관리자나 시민이 적극적으로 리더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비상구 한 곳으로 몰리다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비상구로 유도하거나 다른 탈출 수단을 이용하도록 정리해줄 수 있습니다.―신동은(46·서울 종로소방서 재난조사관)   
#안전불감증#세월호#안전수칙#다중이용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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