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내 탈출해야 하는데… 지하철 대피 13분이나 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5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 한달/안전불감증 여전]
위험천만 불안한 대중교통

광역버스, 입석승객 가득 태운 채 고속도로 질주 아침 출근길 승객들은 안전 대신에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14일 오전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가는 광역버스 안 승객들이 손잡이에만 의지한 채 서 있다. 고속도로를
 오가는 광역버스의 입석은 불법이다. 용인=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광역버스, 입석승객 가득 태운 채 고속도로 질주 아침 출근길 승객들은 안전 대신에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14일 오전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가는 광역버스 안 승객들이 손잡이에만 의지한 채 서 있다. 고속도로를 오가는 광역버스의 입석은 불법이다. 용인=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택시 타는 사람들, 열에 아홉은 ‘아저씨, 빨리 가주세요’라고 얘기해요. 그런 얘길 매일 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5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김한배 씨(53)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시내 도로가 꽉 막히면 손님들은 “버스전용차로로 가 달라” “저 앞차는 끼어들기도 잘하는데…”라고 채근한다. 끼어들기와 꼬리물기, 과속과 무리한 차선변경을 서슴없이 하는 택시들. 대도시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김 씨는 “빨리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다 보니 일부 택시기사들이 불법 유턴부터 과속까지 위험한 운전에 내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에선 시민들과 버스가 엉키기 일쑤다. 구파발에서 광화문을 지나 강남으로 가는 한 시내버스 운전사는 “버스가 여러 대 몰리면 2차로에서 앞 차가 빠지길 기다릴 때가 있는데 시민들이 버스들 사이로 나와 문을 열어달라고 두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는 뒤가 잘 안 보이는데 그렇게 이동하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일산에서 서울역으로 출퇴근하는 이기열 씨(39)는 “버스가 한 번에 여러 대 올 땐 도로로 뛰어들어 먼저 타려고 애쓰는 편”이라며 “40여 분을 차 안에서 서서 오지 않으려면 위험해도 그게 낫다”고 말했다.

고속도로를 오가는 광역버스는 입석이 불법이지만 여전히 입석 승객들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에서 과속으로 달리다 급정거할 때마다 승객들은 다리에 힘을 줘 버티며 출퇴근 시간을 견딘다. 광화문에서 일산으로 가는 한 광역버스 운전사는 “사람들이 몰리는데 안 태울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200여 명이 부상한 2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 사고 이후에도 지하철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8일부터 13일까지는 매일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철 역사 내에서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게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여전히 위험한 역사들이 있다. 지난해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현황자료를 보면 지하철 1∼9호선 역사 271곳 중 80곳(29.5%)이 국토교통부가 정한 대피 소요시간(4분 이내 승강장 벗어나기, 6분 이내 외부로 대피)을 초과했다.

그중 지하철 8호선 산성역은 사정이 심각하다. 13일 오후 기자가 시간을 재보니 승강장이 있는 지하 3층에서 탑승 시간만 1분 20초가 걸리는 긴 에스컬레이터를 2개 거쳐야 겨우 매표소에 도착했다. 실제 도시철도공사 조사에서도 이 역은 외부 출입구까지 탈출하는 데 13분 6초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대피시간 기준에 맞춰 구조변경 등을 하려면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기 때문에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은지 kej09@donga.com·장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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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내 안전사고가 가장 많습니다. 운전 중 손잡이나 기둥을 잡지 않아 넘어지는 승객이 많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에 빠져 두 손 놓고 서 있는 손님을 보면 운전자는 크게 불안감을 느낍니다. 또 노인이나 어린이에 대한 자리 양보도 안전입니다. ―이수영(51·서울 정릉~개포동 143번 버스 운전사)
#세월호#대중교통#한국해운조합#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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