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창 목포지청 형사1부장검사 “매일 쪽잠보다 유족 지켜보는게 더 힘들어”

[세월호 참사/유병언 수사]
세월호 희생자 검시 총괄

“부패한 자녀의 시신을 껴안고 울부짖는 부모를 보면 너무 가슴 아파서….”

광주지검 목포지청 이봉창 형사1부장검사(46)는 한 달째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검시(檢屍)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검시는 죽은 사람의 사망 원인과 신원을 확인하는 업무로 검사가 하도록 돼 있다. 그동안 세월호 희생자 검시에 이 부장검사를 비롯해 검사 17명이 투입됐다.

이 부장검사가 검시를 시작한 지 사흘 만인 20일 검찰은 유족들이 희생자 시신을 육안으로만 확인하고 경기 안산으로 운구하는 것을 제한했다. 한 학부모가 다른 학생을 자녀로 착각해 운구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때부터 유전자(DNA) 검사 이후 운구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유족들은 ‘억울한 희생을 당한 자녀를 하루 더 차가운 냉동고에 나둬야 하느냐’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검사는 병원에서 멱살을 잡혔고 이 부장검사는 유족들에게 거친 언사를 듣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검찰은 유족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전남 진도 팽목항에 시신안치소를 운영했다. 이 부장검사는 시신을 닦을 때 쓰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시신안치소 한쪽에서 스티로폼을 깔아놓고 쪽잠을 잤다. 또 도시락 1개로 두 끼를 해결했다. 시신을 애타게 찾는 유족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 수색 상황을 설명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했다. 시신을 찾은 상당수 유족들은 ‘고맙다’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을 건네고 서둘러 팽목항을 떠났다. 그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마무리될 때까지 검시 업무를 지휘할 예정이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