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제목은 좀…”, 문화계 改名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
참사 연상 노래-영화 홍보 주춤

물이나 바다, 죽음이 제목에 언급되는 음반이나 영화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아예 제목을 바꾸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타난 문화현상이다.

이달 중순 3집 앨범 ‘각자의 밤’을 낼 계획이었던 싱어송라이터 에피톤프로젝트는 일정을 9월로 멀찌감치 연기했다. ‘난파’ ‘유서’ 등 바다와 죽음을 소재로 한 수록곡 때문이다. 소속사 파스텔뮤직 관계자는 “국민적 애도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런 곡들을 발표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포크록 밴드 스몰오는 12일 발매한 음반의 제목을 바꿨다. 소속사도 고민 끝에 이미 2000장이나 찍은 음반 표지를 모두 폐기했다. 앨범의 원 제목은 ‘물의 성질’이었다. 소속사 플럭서스뮤직은 “오해를 부를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기획 콘셉트까지 바꿀 순 없어 결국 영어로 바꿔 ‘템퍼 오브 워터(Temper of Water)’로 정했다.

29일 개봉하는 이선균 조진웅 주연의 영화 ‘끝까지 간다’도 한때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제목을 바꿨다는 말이 돌았다. 원래 제목은 ‘무덤까지 간다’였다.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측은 “세월호 때문에 바꾼 건 아니지만 국민 정서가 조심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여름에는 유달리 배와 바다가 배경인 영화가 많은데 대부분이 대작이어서 배급사들은 개봉 시기와 마케팅 시점을 놓고 고민이 크다. 제작비 150억 원을 들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명량: 회오리 바다’, 밀항선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해무’ 등이다. ‘해무’의 배급사인 뉴 관계자는 “선원들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 스릴러다. 홍보 문구 등이 혹시라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겠지만, 영화는 허구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세월호#스몰오#각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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