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종합터미널 화재에서 이 터미널을 운영하는 KD운송그룹의 고양권 운송지사장 이강수 씨(50)가 동료를 구하려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KD운송그룹 관계자는 “이 지사장은 직원 3명과 회의 중이었는데 불이 나자 탈출하다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이 대피하지 못해 구하러 가야 한다’며 연기 속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연기를 들이마시고 질식해 숨진 상태로 지상 2층 매표소에서 발견됐다. 이 씨가 구하려던 매표소 직원 김선숙 씨(48·여)도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1일 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고양터미널에서 근무하게 됐다. 이날은 회의가 있어서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고 한다. 부인 최모 씨(48)는 “오전 7시 반쯤 통화했는데 ‘지하철 잘 탔고, 회의에 늦었다’는 말이 마지막이었다. 왜 밖으로 뛰어나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듣고 교복을 입은 채 병원으로 달려온 이 씨의 고등학생 아들도 최 씨 옆에서 숨죽여 울었다.
정연남 씨(49·여)는 일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26일 경기 안산시 고잔동의 집으로 돌아가려다 변을 당했다. 정 씨의 남편은 원광대 산본병원 영안실 앞에서 아내의 옷가지와 가방 등이 담겨 있는 비닐 봉투를 품에 안은 채 “아내는 평생 미용실 일만 하며 성실히 살았다. 온 나라가 ‘안전, 안전’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며 오열했다.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가 노인을 구한 ‘의인’도 있었다. 일산백석 와이시티(Y-City) 신축공사장에 근무하는 요진건설 오영석 과장(36)은 화재 현장을 탈출하지 못하던 노인 1명을 구해냈다. 오 씨는 사고 당시 버스터미널 인근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던 중 터미널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2층 난간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며 기침을 하는 할아버지를 보고 뛰어 올라가 모시고 나왔다. 오 씨는 “연기가 너무 심해 들어가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란 공포가 밀려왔지만 꼭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뛰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구급대원들에게 할아버지를 인도한 뒤 두 차례 더 건물로 들어가 생존자가 있는지 살피기도 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응급처치로 생명을 되찾은 환자들이 있어 사망자수가 바뀌기도 했다. 사고 당시 무호흡 상태였던 신복자 씨(72·여)는 병원에 이송된 뒤 심폐소생술을 받고 심장 박동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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