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 30대 독신여성 1인 가구가 절반에 달하는 서울 관악구 행운동. 작은 원룸 건물이 많아 건물 사이에 어두운 ‘사각지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주변이 밝아져 여성들이 밤에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게 됐다. 골목마다 발광다이오드(LED) 방범등이 생기고 원룸 입구에는 뒤를 볼 수 있는 반사거울과 위급 상황에 대비한 비상버저가 생긴 덕분이다.
#2. 4가구 중 1가구가 장애인·기초수급자인 서울 중랑구 면목동 면목시장 입구. 얼마 전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폐쇄회로(CC)TV로 촬영한 영상은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도 사람들의 움직임을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절도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서울 시내 곳곳에 ‘범죄예방디자인(CPTED·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예방하는 것)’ 기법이 적용되고 있다. 그동안은 어두운 동네 골목길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서초구 ‘양재 시민의 숲’이 범죄예방디자인 1호 근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시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제시한 범죄예방디자인 기본원칙을 토대로 시민의 숲 디자인을 설계했고 1년 만에 개선을 마쳤다고 27일 밝혔다. 이 공원은 그동안 인적이 드물고 어두워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받았던 곳이다.
서울시는 공원 사각지대 12곳에 ‘CCTV 통합관제시스템’을 설치해 24시간 운영하고 비상 상황 시 경찰이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했다. CCTV가 설치된 기둥에는 비상벨을 달아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서초구청 통합관제센터가 양재파출소로 바로 연락하게 된다. 비상벨을 누르면 멀리서도 보이는 경광등이 1분간 반짝거려 주변에 위험을 알린다. 또 LED등을 곳곳에 설치해 숲 속을 환하게 밝히고, 공원 곳곳을 으슥하게 만들던 나무도 가지를 다듬는 등 시야를 확보했다. 이 밖에 시민의 숲 인근에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공원 돌보미’들이 돌아가며 공원 내 야간 순찰을 담당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범죄율과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기 위해 2012년부터 범죄예방디자인을 일반주택지역에 도입했다. 처음 시범사업을 벌인 서울 마포구 염리동과 강서구 공진중학교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좁은 골목길 담벼락을 예쁘게 색칠해 바꾼 염리동의 경우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9.1% 줄었고 지역에 대한 애착감은 13.8%나 상승하며 주민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학교 사각지대에 CCTV를 설치하고, 복도와 계단에 다양한 색깔을 칠한 공진중학교도 학생과 선생님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3.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춘희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양재 시민의 숲에 안전시설이 새롭게 조성되면서 야간에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다른 공원에도 이 같은 시설을 보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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