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의 힘으로 달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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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로 된 물건에 갖다 대면 철컥 달라붙는 것이 마술처럼 신기한 자석. 막대자석 하나만 있으면 여기저기 붙여보며 한참을 재미있게 놀던 기억이 나는데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자석의 힘을 이용하면 엄청난 무게의 기차를,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할 수 있으니까요. 바로 자기부상열차를 말하는 건데요. 15일 동아일보 A12면의 기사를 보니, 국내 최초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시운행을 했다는 소식이 실렸네요. 오늘은 자석의 놀라운 힘과 자석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자석이란?

철을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물체를 자석이라고 합니다. 자철광(마그네타이트)이라는 광물에서 생긴 천연자석을 가공해 만들거나 알루미늄 니켈 코발트와 철의 합금을 녹여서 틀에 넣고 식혀서 만들기도 하는데요.

중국인들은 무려 4500년 전부터 천연 자석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20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중국 책에도 ‘자석이 쇠를 끌어당긴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해요. 자석을 영어로 마크네트라고 부르게 된 것은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마그네시아라는 섬에 살던 마그네스라는 양치기가 신발에 박힌 못을 끌어당기는 검은색 돌, 즉 자철석을 발견한 데서 유래되었답니다.

이렇게 철을 끌어당기는 자석의 힘을 ‘자기력’이라고 하고, 자기력이 미치는 공간을 ‘자기장’이라고 합니다. 막대자석 위에 흰 종이를 올려놓고, 그 위에 철가루를 뿌린 다음, 손가락으로 톡톡 쳐보세요. 철가루가 선 모양을 그리며 늘어서는 것을 볼 수 있죠? 자기력이 미치는 공간이 나타내진 것으로, 그 선을 ‘자기력선’이라고 합니다.

이때 철가루가 늘어선 모양을 자세히 보면, 자석의 양 끝에 특히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기력이 강하다는 뜻인데요. 이 부분을 자극이라고 합니다. 자극은 N극과 S극, 두 극이 있는데,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는 힘(척력)이 작용하고, 다른 극끼리는 잡아당기는 힘(인력)이 작용합니다.

○ 전기로 만든 자석, 전자석


전기로도 자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자석이라고 부르는데요. 쇠못과 같은 연철의 둘레에 구리줄(코일)을 감고, 그 구리줄에 전류를 통하게 하면 자석의 성질을 띠게 됩니다. 이 현상을 ‘전자기 유도 현상’이라고 하는데, 1820년 외르스테드라는 과학자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자석은 항상 자성을 띠지만, 전자석은 전류가 흘러야만 자성을 띠게 됩니다. 또 전지의 (+)극과, (-)극의 연결을 바꾸면 자극을 반대로 바꿀 수도 있고, 자기력의 크기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자기력은 구리선을 많이 감을수록, 센 전류가 흐를수록, 그리고 가운데 들어가는 연철을 더 굵은 것을 사용할수록 세어집니다.

그래서 전자석을 이용하면 무거운 차나 고물도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는 기중기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전화, 스피커, 선풍기, 세탁기, 전철이나 엘리베이터 등 전자석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전자석을 만들어, 전류가 흐르면 뱅글뱅글 도는 다람쥐통을 만들어볼까요? 전류를 흘리면 돌고, 끊으면 멈춥니다. 전류가 흐르면 자석이 되니까 밑에 붙은 자석과 척력이 작용해 서로 밀어내면서 뱅글뱅글 돌게 되는 것이죠.

○ 자기부상열차의 원리

자기부상열차는 전자석의 자기력을 이용해 차량을 선로 위에 부상시켜 움직이는 열차를 말합니다. 척력을 이용하는 반발식과 인력을 이용하는 흡인식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바퀴가 없고 레일과 밑바닥이 닿지 않고 떠서 움직이기 때문에 마찰이 없어 소음 진동이 적습니다. 마찰로 인한 에너지 손실도 없어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또 어떤 전자석을 쓰느냐에 따라 상전도 방식과 초전도 방식으로 나눠지는데요.

상전도 방식은 전자석의 인력을 이용하는 흡인식으로, 보통 통근용이나 중단거리용의 중속도 열차에 많이 쓰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방식으로, 이번에 인천국제공항역에서 용유역까지 설치된 자기부상열차도 상전도 흡인식입니다. 6개의 역 6.1km를 평균 시속 50km까지 움직이는데, 최고 시속 110km까지 낼 수 있습니다.

초전도체의 척력을 이용하는 초전도 반발식은 초고속 열차에 많이 쓰입니다. 초전도란 금속 또는 합금의 전기저항이 대단히 낮은 온도에서 갑자기 0이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성질을 갖는 물질을 초전도체라고 하는데, 초전도체는 내부에 자기장이 침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초전도체가 되기 전에 내부에 침투해 있던 자기장도 밖으로 밀어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의 전자석은 전력 손실 때문에 큰 자기장을 만들기 어려운데, 전자석의 전선(코일)을 초전도체로 만들면 초전도체의 저항이 없는 성질 때문에 한번 전력을 공급해주면 전력이 계속 흐르게 되고 강한 전력을 쉽게 보낼 수 있어, 에너지를 크게 절약할 수 있고 속도도 빨라집니다.

우리나라도 초전도체를 이용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를 개발 중인데요. 최고 시속 550km를 낼 수 있는 열차를 개발했고, 충북 오송에 시험 노선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 초고속 자기부상열차가 실제로 시속 550km 주행에 성공한다면, 시속 581km를 기록한 일본 MLX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자기부상열차가 된다고 합니다.

○ 자기부상열차를 타 봐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립중앙과학관에 가면 자기부상열차를 타볼 수 있습니다. 과학관역에서 엑스포역 사이 995m 구간을 지상 8.8m 높이에서 달리는 열차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국립중앙과학관 홈페이지에서 30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고요. 열차를 탑승하기 전에 자기부상열차의 원리에 대한 설명도 듣고, 열차가 떠오르는 모습도 관찰해 볼 수 있습니다. 또 국립과천과학관 첨단기술관에 가면 자기부상열차의 모형을 보고 움직임도 관찰해 볼 수 있습니다. 자기부상열차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빠른 친환경 운송수단입니다. 하루속히 실용화되길 기대해 봅니다.

고희정 작가
#자기부상열차#전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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