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추적]佛법원, 兪씨 석방청구 기각
정관계 대형사건 맡은 메종뇌브 씨, 게슈타포-‘킬링필드’ 주범 변호
범죄인 인도 치열한 공방 예고… 한국 송환 길게는 수년 걸릴수도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장녀 섬나 씨(48)가 프랑스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거물급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은 28일(현지 시간) 섬나 씨가 낸 석방 청구를 기각해 섬나 씨는 구속된 상태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게 됐다.
파리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섬나 씨는 프랑스에서 여러 대형 사건을 수임했던 파트리크 메종뇌브 변호사(사진)와 28일 계약을 체결했다. 메종뇌브 변호사는 프랑스 정관계와 법조계에 널리 알려진 슈퍼스타급이다.
메종뇌브 변호사는 현재 프랑스 정계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비그말리옹’ 사건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비그말리옹은 2012년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대선 캠페인을 맡았던 홍보·이벤트 회사로 선거비용 문제 소송에 휘말렸다. 메종뇌브 변호사는 26일 “UMP가 선거비용 초과를 은폐하도록 실제로 하지도 않은 행사를 연 것처럼 꾸며 1100만 유로(약 153억 원)의 허위 영수증을 끊어줬다”고 폭로했다. 결국 대선 당시 UMP 사무총장이었던 장프랑수아 코페 대표는 27일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앞서 메종뇌브 변호사는 2011년 다이어트 약을 먹고 500명이 심장 이상으로 숨져 프랑스를 발칵 뒤집었던 ‘메디아토르 사건’에서 보험회사 측을 변론했다. 2008년에는 불법 무기거래 뇌물수수와 관련한 ‘클리어스트림’ 사건에 연루된 고위 경찰 간부를 변호했고 1993년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르몽드 주필, 전기작가 등 150여 명을 도청했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엘리제궁 도청사건’에서 엘리제궁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형사범죄 전문 변호사인 그는 많은 변호사가 꺼리는 피고인을 변호하는 데 전문성을 발휘했다. 그는 신흥 종교집단 사이언톨로지를 비롯해 부패사건에 연루된 오마르 봉고온딤바 전 가봉 대통령을 변호하기도 했다. 전범 재판에서 ‘인류의 역적’으로 몰린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나선 적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과 레지스탕스 1만2000명을 죽여 ‘리옹의 도살자’로 악명을 떨친 나치 게슈타포 대장 클라우스 바르비, 캄보디아 ‘킬링필드’ 학살의 주범인 크메르루주 정권 수반 키우 삼판 등이 의뢰인이었다.
메종뇌브 변호사는 “역사적 심판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사법적 진실만을 추구할 뿐이다. 누구에게나 법은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프랑스 법원이 섬나 씨가 제기한 석방 청구를 기각했지만 한국 송환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섬나 씨는 492억 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어 양국 간 체결된 조약에 따라 범죄인 인도 대상에 속한다. 한국과 프랑스는 최소 2년 이상의 자유형이나 그 이상의 중형으로 처벌될 수 있는 범죄인에 대해서는 상대국에 보내는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은 상태다.
프랑스 항소법원이 한국으로 인도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섬나 씨가 불복해 상고하면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더욱이 섬나 씨는 프랑스 최고 변호사에게 자신의 변호를 맡겨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송환이 최종 결정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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