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하세요” 불길 뛰어든 간호조무사 끝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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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요양병원 참사]
당직근무 故김귀남씨 살신성인

28일 전남 장성군 효사랑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간호조무사 김귀남 씨(53·여·사진)는 연기 속에서 불을 끄려 노력하다 질식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별관 2층에서 당직 근무를 하던 김 씨는 화재경보음이 울리자 즉각 소화전으로 달려갔다. 소방호스를 꺼낸 김 씨는 불길이 치솟는 3006호 쪽으로 다가갔고 동시에 환자들에게 끊임없이 “대피하라”고 소리 질렀다. 조카 김진식 씨(51)가 사고 당시 같이 근무했던 간호사에게 전해 들은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숨진 김 씨의 어머니도 4년간 치매를 앓다 1월 세상을 떴다. 김 씨는 치매에 거동도 불편한 어머니를 전남 광양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 모신 뒤 수시로 찾아가 병수발을 들었다. 조카 김 씨는 “고모(김 씨)가 형제 중 막내라 할머니 병수발을 주로 맡았는데,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평소 치매 환자들을 각별하게 돌봤다. 딸 노진화 씨(28)는 “대학생일 때 엄마가 근무하는 병원에 따라 간 적이 있다. 치매 걸린 환자들이 엄마를 ‘언니, 언니’ 부르며 따라다니는데 괜히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광주 신가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은 김 씨의 친구 박경남 씨(53·여)도 “귀남이는 환자들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췄다”면서 “환자들과 엄마처럼, 딸처럼, 친구처럼 지내는 생활이 즐겁다며 밝게 웃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기억했다.

광주=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간호조무사#장성 요양병원#김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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