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역 방화현장 목격 권순중씨… 객실 소화기 꺼내 분사 불길 잡아
체포된 70대 “재판불만 홧김에”
“대구 지하철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저도 모르게 몸이 소화기로 움직이더군요.”
28일 오전 10시 51분경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을 출발해 도곡역으로 향하던 서울메트로 직원 권순중 씨(47)의 귀에 ‘불이야’라는 소리가 들렸다. 매봉역 역무원으로 근무하는 권 씨는 회의를 위해 도곡역에서 내릴 준비를 하던 참이었다. 권 씨의 눈에 가방에 불을 붙인 조모 씨(71)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객실 내 준비된 소화기를 꺼내 불길을 향해 분사했다. 그리고 다시 불을 붙인 조 씨를 향해 추가로 2번 더 진화작업을 했다. 또 다른 승객들이 재빨리 119에 신고하면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당시 전동차 탑승객과 승강장에 대기하던 사람은 370여 명에 달했다. 신속한 대응으로 ‘제2의 대구지하철 참사’를 막은 권 씨는 화재 진압 후 “‘이제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명피해가 없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 씨가 들고 탄 가방 2개에는 시너 11통과 부탄가스 4통이 들어 있었다. 이 사고로 여성 1명이 발목을 다쳤으며, 3127열차 4번째 칸 좌석 일부가 불에 탔다.
경찰은 방화범 조 씨를 사고 발생 후 인근 병원에서 체포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조 씨가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발표했다. 조 씨는 자기 가게의 정화조가 넘쳐 피해를 봤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과 민원을 제기했으나, 판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자살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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