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김부겸 ‘박근혜 마케팅’에 권영진 “유권자 기만행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대구시장 두 후보, 첨예한 기싸움

“독재자의 딸, 박근혜를 무너뜨리겠다고 하더니.”(권영진)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비판할 수 있지 않는가.”(김부겸)

대구시장 선거에서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는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52)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56)가 박근혜 대통령을 놓고 첨예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 두 후보는 평소 ‘형님 아우’하면서 친분을 과시하지만 ‘박근혜 마케팅’에 대해서는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을 자기편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득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 후보 측은 29일 “김 후보가 2011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때 박 대통령을 가리켜 1970년대를 상징하는 인물이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라고 규정했다”며 “2012년 대전 대선 유세 때는 박근혜의 허상이 지배하는 대구, 박근혜의 기만과 가식을 고발하겠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은 최근 대구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나왔다.

권 후보 측은 “김 후보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을 ‘독재자의 딸’로 규정하고 아버지가 물려준 장물을 사용하는 독선 오만 특권세력이라고 주장한 것은 그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차원에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구시장 선거를 위해 지금은 박 대통령과 친분이 강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유권자를 속이는 거짓 태도라고 말했다. 권 후보 측 관계자는 “근거 없는 인신공격이 아니라 말 바꾸기가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은 이 같은 발언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대선 선거대책본부장 때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상대에 대한 비판이나 입장 표명은 있을 수 있다”며 “서로 다른 당 입장에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상대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했다면 이는 직분을 다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과는 당적을 떠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와 대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런 친분이 충분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후보 측은 김 후보의 이 같은 해명도 “솔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권 후보 측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가 흔하다 해도 박 대통령에게 막말을 퍼부은 데 대해 사과 한마디 없어 황당하고 놀랍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대구 출신 대통령과 야당 대구시장이 힘을 모으면 대구 발전에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선거의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는 자신의 정체를 ‘실용주의자’라고 밝혔다.

유권자들 사이에는 두 유력 후보가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이는 기싸움이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몇몇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대구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고향에 무슨 특혜라도 줄 수 있는 것처럼 기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태”라며 “지역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시장#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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