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3일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빠져나가 4일부터 25일까지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별장 ‘숲속의 추억’에 머물렀던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유 전 회장은 순천으로 갈 때 고급 외제차를 이용했으며 30대 여비서의 수행을 받는 등 ‘황제 도피’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의 수사 결과 범인도피 및 횡령 배임 혐의로 29일 구속된 유 전 회장의 측근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49·의대 교수)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달 20일경부터 안성시 금수원에서 다른 측근들과 모여 대책을 의논했다. 유 전 회장을 순천의 ‘숲속의 추억’으로 피신시키는 계획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
전남 지역 신도 대표 격인 추모 씨(60·구속)가 별장을 은신처로 마련하자 이 이사장은 3일 안성시에서 유 전 회장과 여비서 신모 씨(33·구속)를 벤틀리 승용차에 태워 4일 별장으로 데려다줬다. 경찰은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44) 소유인 벤틀리 아나지 승용차(시가 5억4000만 원)가 순천지역 방범용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자 대균 씨가 도피를 위해 사전 답사를 벌인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유 전 회장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 유 전 회장이 별장에 은신해 있는 동안에도 이 이사장은 10일 별장을 방문해 금수원 내부 분위기와 검찰 수사 상황 등을 보고했고, 12일에는 부인 명의로 개설한 대포폰으로 유 전 회장 곁에 있던 추 씨 등과 수시로 통화하며 검경의 동향을 전했다.
검찰은 이 이사장이 유 전 회장의 행방을 언론에 거짓으로 암시하며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18일 금수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유 전 회장의 소재를 묻는 질문에 “(금수원 작업실에) 지금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크게 소리를 지르면 혹시 나오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외쳐보실래요?”라고 말하는 등 연막작전을 폈다.
하지만 이때 유 전 회장은 이미 남쪽으로 250km 떨어진 으슥한 별장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수사 초기 유 전 회장의 행방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느슨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17일까지 금수원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유 전 회장이 3일 금수원을 떠난 뒤에도 2주 이상 금수원 강제 진입에만 집착해 구원파와의 충돌을 피하는 데 골몰하고 있었다. 또 검찰은 유 전 회장이 17일 토요예배 때 신도의 차를 타고 나와 서울 등지의 신도 집에 숨은 것으로 알고 유 전 회장의 진짜 행방을 쫓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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