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적한 주택가. 평범한 가정집 대문들 사이로 한글 조각들이 새겨진 독특한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담한 ‘문학촌’이 펼쳐진다. “작가의 손은 살아 있는 영혼이며, 우주이고, 불멸이다.” 그 입구에 소설 ‘은교’의 작가 박범신이 ‘작가의 손’을 예찬하며 쓴 글이 관람객을 먼저 맞는다. 글귀 옆에는 은희경, 신경림, 신달자 등 한국 문학을 빛낸 작가 102명의 핸드 프린팅이 자리 잡고 있다. ‘연희 문학창작촌’의 풍경이다.
연희 문학창작촌은 2009년 11월 문을 열었다. 4개 동의 기와건물에 국내외 작가들의 집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집필실에 직접 들어갈 순 없지만 작은 소나무 숲 사이에 놓인 나무계단, 돌계단을 지나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동선이 떠오른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마당 곳곳에는 자석으로 만들어진 단어 조각들이 놓여 있다. 숲 속 벤치에 앉아 흩어진 단어 조각을 이어 붙여 문장을 완성하다 보면 마치 시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집필실을 지나면 ‘문학 미디어랩’이 나온다. 넓진 않지만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위한 시집과 소설책, DVD 등 8400여 종의 문학 콘텐츠를 갖춘 곳이다. 누구나 한 구절쯤 외우고 있는 스테디셀러 시집부터 갓 출간된 신간까지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위해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운영한다. 무료.
문학창작촌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5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야외무대에서 분기별로 열리는 ‘연희 목요 낭독극장’이 대표적이다. 작가들에게는 창작콘텐츠 발표 기회를 주고, 시민들은 이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단순히 작가들이 작품만 낭독하는 게 아니라 문학과 음악, 무용, 연극이 만나는 실험적인 공연들이 펼쳐진다. 다음 달 13일에는 ‘문학, 번지다’라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문인들이 애장품을 판매해 어린이 환자들을 돕는 ‘부끄 부끄 부띠끄’ 프리마켓을 마련한다.
문학창작촌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8번 출구로 나와 버스 7612번, 7739번을 탄 뒤 연희A지구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문의 02-32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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