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전남 영암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자 어린이 4명이 잇따라 성추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0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아를 자신의 집으로 납치해 성폭행한 이른바 ‘김수철 사건’과 유사한 범행이어서 학교 내 안전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월 19일 오후 3시경 전남 목포에서 화물선 선원 박모 씨(64)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양복을 입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박 씨는 점잖은 할아버지 신사처럼 보였다. 그는 자전거로 30분 거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박 씨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A 양(9)에게 다가갔다. 그는 A 양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잘 모르는데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A 양은 친절하게 문자메시지 전송 방법을 설명했다. 박 씨는 A 양을 안심시키면서 운동장에서 600m 떨어진 야산으로 함께 간 뒤 갑자기 돌변해 A 양을 성추행하고 사진까지 찍었다. 또 흉기를 들이대며 ‘부모에게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겁을 먹은 A 양은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일주일 뒤인 4월 26일 오전 11시경 박 씨는 같은 차림으로 같은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타났다. 박 씨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B 양(8)에게 접근해 돈을 주며 ‘껌을 좀 사 달라’고 부탁했다. B 양이 껌을 사오자 이를 나눠주며 환심을 샀다. 이어 그는 B 양을 운동장 한쪽 구석으로 데려가 성추행하고 휴대전화로 촬영을 했다. 그는 B 양에게도 흉기를 들이대며 협박하는 걸 빼놓지 않았다.
박 씨는 같은 날 오후 1시와 4시경에도 C 양(8)과 D 양(9)을 비슷한 수법으로 성추행하고 협박한 뒤 운동장을 나섰다.
박 씨는 같은 날 오후 6시 15분 피해 아동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암경찰서 형사들에게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붙잡혔다. 박 씨는 ‘성추행한 적이 없다’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관이 그의 휴대전화에 찍혀 있던 여아들의 사진들을 확인하자 고개를 숙이며 범행을 시인했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3일 박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박 씨는 2001년 부산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같은 수법으로 여아 2명을 성추행했다가 징역 3년 6개월을 살았다. 박 씨가 토요일엔 학교 운동장에 교사나 학교지킴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일 학교 내 폐쇄회로(CC)TV가 정상 작동하고 있었지만 경비원이나 당직 교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수철 사건’ 이후 교육부는 안전 취약 학교에 청원경찰을 배치해 CCTV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전원에게 안심알리미 서비스 제공 등의 안전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헛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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