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입고 결혼식 가?” 빈소 울린 일곱살 喪主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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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여행서 부모-형 잃어… 나흘전 아빠 시신 마지막으로 발견
53일만에 빈소… 네식구 한자리에

세월호 참사로 부모와 형을 잃은 조요셉 군(오른쪽)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친척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세월호 참사로 부모와 형을 잃은 조요셉 군(오른쪽)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친척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빈소엔 아빠, 형, 엄마의 영정 세 개가 나란히 놓였다. 입구에 걸린 가족사진에서 엄마와 형은 손을 꼭 붙잡고 웃고 있었다. 상주는 7세 조요셉 군(7). 장례식장에서 빌려 입은 흰 와이셔츠는 헐렁해서 작은 어깨 밑으로 처졌다. 조 군은 초등학생 사촌 누나와 조문객들 사이를 장난치며 뛰어다녔다. 아침엔 어른들이 모두 양복을 입고 나서자 “결혼식장 가?”라고 물었다고 했다. 조 군은 엄마 아빠와 형이 ‘더 좋은 곳’으로 갔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아버지 조충환(44), 어머니 지혜진 씨(44)와 형 지훈 군(11)의 빈소는 7일에야 마련될 수 있었다. 사고 53일 만이었다. 가족 중 마지막까지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던 아버지가 5일 발견된 뒤 비로소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형과 어머니의 시신은 4월 발견된 이후 전남 진도에서 옮겨와 지금까지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 있었다. 조 군의 외삼촌 지성진 씨(47)는 “만약 시신을 찾지 못하면 여동생과 조카를 언제까지 차가운 영안실에 두어야 할지 막막했다. 이제라도 찾았으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조 군의 가족은 제주도로 출장을 가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 여행을 가는 길이었다. 활달한 성격의 조 군은 사고 당일 아침을 먹은 뒤 가족들이 있는 선실을 혼자 나와 갑판 쪽에서 놀고 있다가 화를 면했다.

조 군은 참사 이후 가족의 보금자리가 있던 부천을 떠나 서울의 외삼촌 집으로 옮겨왔다. 어린이병원에서 한 달가량 입원치료를 받은 뒤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조 군은 더이상 울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의 새 학교로 전학한 지도 4주가 흘렀다. 외삼촌은 일부러 조 군을 바쁘게 하려고 좋아하는 바둑이며 수영, 합기도 학원을 보냈다. 가끔 밤에 잠결에 엄마를 찾으면 외숙모는 “엄마 곧 오실거야”라며 달랬다. 맛있는 게 있으면 조 군은 “엄마가 이거 좋아하는데”라며 남겨둔다고 했다. 이날 부천에서 조 군을 보러 찾아온 이전 학교의 선생님은 반가워하는 조 군을 끌어안고 다독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빈소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오래도록 진도에서 머물다 온 친척들은 그을린 얼굴로 조문객을 맞았다. 진도에서 아픔을 함께한 취재진과 공직자들도 빈소를 찾아 위로를 전했다. 참사 이후 두 달이 다 되도록 기다림의 시간을 견딘 이들은 가족을 모두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었다. 지 씨는 “매제가 발견되고 나서야 진도를 떠날 수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며 김석균 해경청장에게 그동안 죄송했다고 인사를 했는데 청장이 ‘가족 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처음 들어본다’며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 씨는 “이젠 누구를 원망하기보다 동생 식구들의 가는 길을 편하게 보내주고 싶다. 요셉이도 지금은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점점 알아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세월호 참사#세월호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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