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우세한 경남에서 진보 성향인 박종훈 교육감 후보(53)의 당선은 아직도 지역의 ‘빅뉴스’다. 그만큼 예사롭지 않다는 의미다.
박 당선인의 상대는 고영진 현 교육감(68)과 권정호 전 교육감(71)으로 모두 대학총장 등을 지낸 인물이었다. 상대 후보들은 전교조 출신인 박 당선인에게 ‘강성’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려 했다.
선거 초반엔 인지도와 경력에서 열세인 박 당선인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진주외국어고 학생 사망사건, 세월호 참사 등으로 판세가 흔들리며 대안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보수 후보 2명이 표를 분산시킨 것도 큰 힘이 됐다. 박 당선인이 30년간 교육현장에 뿌린 땀과 진정성도 먹혀들었다. 여론조사 꼴찌의 역전드라마는 그렇게 탄생했다. 박 당선인은 상황에 따라 진보진영의 차기 도지사 후보군에 포함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수신제가(修身齊家)와 교육정책 모두 그렇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음주운전 전력은 ‘조고각하(照顧脚下·지금 서 있는 자리를 잘 살피라)’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박사학위 논문 표절시비도 ‘잔불 정리’가 필요하다.
중학교 교사인 부인의 거취도 난제다. 고영진 교육감 사례에서 보듯 가족과 관련된 잡음은 당사자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육감 사모님’에 대한 예우, 스스로의 몸가짐은 말보다 훨씬 어렵다. 진보 성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부인도 중학교 선생님이다. 8년간 대전 교육을 이끈 김신호 대전교육감 부인은 충남에서 평교사로 재직 중이다. 대전으로 전입하면 남편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박 당선인은 98개 시민단체가 추대했다. 벌써부터 ‘백가쟁명(百家爭鳴)’을 우려하는 소리가 들린다. 수많은 의견을 정제해서 받아들여야 연착륙이 가능하다.
선거전이 치열했던 만큼 교육계도 편이 갈렸다. “교육청 내에 양다리 걸친 간부가 대부분”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반대쪽을 포용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급식예산 확보, 연합고사 폐지 등도 현안이다. 보수 성향인 홍준표 도지사와 새누리당 단체장을 잘 설득해야 한다. 9일 오전 비공개로 홍 지사에게 인사하고 협조를 구한 것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박 당선인은 개표가 끝난 뒤 기자에게 “사람들 장막에 가려 잘 못 듣거나, 못 보는 것이 있으면 가감 없이 지적해 달라”고 했다. 초심을 지켜 10년 만에 진보 후보를 선택한 경남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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