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원남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남모 씨(50)는 13일 오전 10시 반경 어머니(85)와 함께 인근 밭에 갔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는 아들과 밭에 가는 걸 좋아했다. 정오경 어머니는 먼저 집으로 향했다. 정신이 온전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밭과 집을 오가는 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남 씨가 이날 오후 일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 어머니는 없었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오후 8시가 넘도록 찾지 못했다. 신고를 받은 음성경찰서 설성지구대 경찰과 기동타격대 등 10여 명이 밤새 주변을 뒤졌지만 허사였다.
이튿날 오전 주간근무조로 출근한 김정환 경위(50)는 마을 인근의 한 주유소에 폐쇄회로(CC)TV가 있음을 확인하고 녹화 영상을 검색했다. 화면 속에는 할머니가 주유소 뒷산으로 가는 모습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이 산을 수색하던 중 7m 높이의 낭떠러지 중간 나무에 걸려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는 왼쪽 발목이 동물 포획용 덫에 걸려 있었다. 김 경위는 즉시 119에 연락해 할머니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할머니는 골절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17일 퇴원했다.
김 경위는 “한 농민이 야생동물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덫에 할머니가 걸린 거였는데 빨리 구조해 다행이다. 특히 만삭이던 며느리가 할머니가 퇴원한 날 첫아들을 낳는 경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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