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3만건 폭주… 사법정책자문위 건의
사실관계 다투는 일반 상고심 담당… 대법관은 법해석-주요사건 집중
법개정-사건 분류기준 등 난항 예고
대법원이 별도의 ‘상고심 법원’을 설치해 3심에 해당하는 상고 사건을 나눠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고 사건이 폭증하면서 대법원이 최고법원의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오연천 서울대 총장)는 17일 임기 내 마지막 회의(제13차)를 열고 상고심 기능 강화 방안을 의결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대법관은 법령 해석을 통일하기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생활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상고 사건을 심리하는 데 집중한다. 사실 관계를 다투는 일반 상고 사건은 새로 설치될 상고심 법원에서 담당한다. 상고심 법원은 대법원이 있는 서울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 접수한 상고 사건은 2003년 1만9290여 건에서 2013년 3만6100여 건으로 폭증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1년에 1인당 3000여 건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전체 상고 사건의 94% 정도는 상고 기각 판결이 났다. 이 때문에 대법관들이 단순 상고 사건까지 일일이 심리하느라 대법원이 정책 판단이나 법률 해석과 같은 본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상고심 법원 설치가 실현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일단 법원조직법과 민사·형사·행정소송법 등 관련 법률을 대대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상고 사건을 어떤 기준으로 누가 나눌지도 문제다. 재판 당사자는 대법관들이 우선 모든 사건을 받은 뒤 대법원과 상고심 법원 중 어디서 심리할지를 결정하길 바라겠지만, 대법관의 업무를 줄인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당사자가 계속 ‘대법원 판결을 받을 기회’를 주장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자문위는 이날 막말 등 법관들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과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법조윤리 제고 방안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부적절한 법정 언행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외부 용역과 내부 연구를 병행하고,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 등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법관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법조 환경을 정화하는 데 노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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