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 18시간뒤 또 총격… 軍, 야산 포위하고 밤새 투항권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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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GOP 총기난사]
최고수준 경계조치 내려진 고성군

군 당국은 22일 동부전선 육군 일반전방소초(GOP) 총기사건 용의자인 임모 병장(22)과 대치하며 투항을 권유했지만 끝내 임 병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군은 이날 오후 2시 17분경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에서 임 병장을 발견했다. 군의 추격조와 대치하던 임 병장은 오후 2시 23분경 먼저 총격을 가했다. 양측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임 병장이 쏜 총에 추격조 소대장이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 임 병장은 총격전 후 1시간가량 대치하다 산속으로 도주했다. 이 지역은 산세가 험하고 산림이 울창해 수색이 쉽지 않다. 헬기가 저공비행을 하며 수색을 벌였지만 임 병장을 찾지 못했다. 군 당국은 병력을 동원해 산을 에워싸는 한편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투항을 권유했다. 현장을 찾아온 임 병장의 부모가 직접 아들에게 투항을 권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이날 오후 11시경 산속 주변 차단선에선 근무 중인 경계병들이 거동수상자를 발견하고 수화와 암구호를 했으나 상대방이 불응하자 총격을 가했다. 군 당국은 거동수상자가 임 병장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 병장은 북측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군, 주민 대피령 내려

임 병장 검거에 실패하면서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하려던 군 당국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해가 지자 군은 포위망을 유지한 채 투항 방송만 했다. 당장 숲속에 병력을 투입하는 방안은 고려치 않고 있지만 임 병장이 끝까지 투항하지 않을 경우 사살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임 병장 검거와 함께 부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건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사건 직후 1차 조사 결과 임 병장이 총격을 가할 때 다른 병사들의 대응 사격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 병장은 GOP 내 보급로와 연결된 삼거리에서 몇 명의 병사에게 수류탄 하나를 던진 후 폭발에 놀라 도망가는 장병들을 쫓아가 조준사격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삼거리와 30∼40m 떨어진 소초(생활관) 앞까지 와서 추가로 총격을 가한 뒤 도주했다. 1차 총격에서 도주까지 걸린 시간은 3분여에 불과했다.

최초 상황 보고는 사고 발생 5분 만인 21일 오후 8시 20분경 22사단에 접수돼 곧바로 상급 부대인 8군단까지 보고가 이뤄졌다. 22사단은 오후 8시 28분경 위기조치반을 소집한 데 이어 GOP에 주둔하는 병력 전원을 사고 현장에 투입해 상황 수습에 나섰다. 육군은 “21일 오후 8시 28분경 임 병장이 민가가 있는 남쪽 방향으로 내려갈 수 없도록 차단선을 설정했고, 주요 길목마다 병력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경찰과 합동작전을 펼치기 위해 21일 오후 10시 22분경 22사단 전역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진돗개 경보는 북한 무장공비 등이 국내 영토에 침투했을 때와 같이 국지적 위협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령되는 단계별 경보조치다. 이 중 진돗개 하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경계 조치다. 군 당국은 “철책을 긴급 점검한 결과 월북 시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불안에 떨었던 현내면 주민들


이날 현내면 주민들은 극도로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총기 난사 및 무장탈영 소식이 알려져 불안해했던 주민은 바깥출입을 자제한 채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렸다. “안전을 위해 바깥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마을 방송에 따라 낮에도 문을 걸어 잠그고 TV를 통해 상황을 주시했다. 오후 들어 명파리에서 총성이 들리자 주민들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이날 오후 4시 30분을 기해 총격전 지역과 인접한 명파리, 마달리, 화곡리, 배봉리 주민 570여 명에 대해 대진초교와 대진고체육관으로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장석권 현내면 명파리 이장(58)은 “주민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하루빨리 상황이 종료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정성택

고성=이인모 기자
#총기난사#GOP#관심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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