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67m. 아파트 22층 높이의 김포국제공항 관제탑. 탁 트인 2개의 활주로 사이로 항공기가 쉴 새 없이 드나들자 관제탑 안의 항공교통관제사들이 분주해진다.
“Request start up(시동 요청).” “Start approved(시동 승인).” 항공기 조종사가 관제사에게 항공기 조작을 요청하자 관제사의 허가가 떨어진다. 관제사는 승객을 태운 항공기가 어떤 활주로로 이륙할지를 결정해 지시를 내린다. 항공기에 착륙 허가를 내리는 것도 관제사의 역할.
‘하늘의 교통경찰’, ‘제2의 조종사’라 불리는 항공교통관제사는 어떤 직업일까? 14년째 공항 관제탑에서 항공교통관제사로 일하는 이선화 씨(38)를 최근 김포국제공항 관제탑에서 만났다. 긴장감 속 근무
공항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관제사들은 맨눈으로 활주로 상태를 파악하는 동시에 무전으로 항공기 기장과 소통한다. 활주로 한쪽에서는 항공기가 이륙하고, 무전에서는 다른 항공기가 착륙 요청을 하고, 또 다른 활주로에서는 활주로 점검차량이 들어오는 등 동시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이 씨는 “여러 항공기의 위치와 상태 등을 파악해 활주로와 공중에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 판단력과 순발력은 필수”라고 말했다. 관제사의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으므로 관제사는 늘 긴장감 속에서 일한다.
“처음 관제사가 됐을 때는 긴장해서인지 사고가 나는 꿈도 많이 꿨어요. 여러 기종의 항공기들이 공항으로 한 번에 몰려올 땐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했죠. 14년 차 관제사가 된 요즘도 공항에 안개가 짙은 날에는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긴장감 속에서 일합니다. 관제사가 되려면 긴장감이 주는 스트레스에 의연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답니다.”(이 씨)
영어 구사 능력은 필수
항공교통관제사는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이 있을 만큼 자격요건이 까다롭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전문교육기관에서 항공교통관제사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항공영어능력시험(EPTA)에서 4등급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시험에 지원할 자격을 준다.
국토부에서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한 곳은 △한국항공대 항공교통관제교육원 △한서대 항공교통관제교육원 △한국공항공사 항공기술훈련원 △공군교육사 항공교통관제사교육원. 총 네 곳 중 한 곳에서 항공관제 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 자격증 시험은 항공법규, 항행안전시설, 항공기상 등 필기시험과 관제 지식을 확인하는 면접을 본다. 이후 신체검사와 인·적성검사까지 통과하면 관제사가 된다.
이 씨는 “업무의 모든 의사소통을 영어로 한다. 관제사를 꿈꾸는 학생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며 “정해진 관제 용어는 물론이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능숙하게 영어로 말하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 근무하면 1시간 휴식
관제사들의 업무 환경은 좋은 편이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 하루 9시간을 근무한다. 김포공항 관제소의 경우 계속된 근무로 인한 집중력 저하를 막기 위해 2시간을 일하면 의무적으로 1시간을 쉰다. 5일 이상 연속근무도 금지한다.
김포공항 관제소에는 총 17명의 관제사가 4인 1조로 주·야간으로 돌아가며 일한다. 교통량이 많은 주에 따로 보충 팀을 운영한다.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느라 밤에 일할 때가 많아 가족에게 미안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공항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을 태운 항공기를 내가 관제해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보낸다’라고 생각하면 뿌듯하답니다.”(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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