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자치단체 행정에는 ‘살림’의 영역이 많습니다. 생활정치는 결국 돌봄과 배려인데 여성 유전자(DNA)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이번 6·4지방선거는 역대 가장 많은 9명의 여성 기초자치단체장을 배출했다. 여풍(女風)에 힘을 보탠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당선인(59·새정치민주연합)은 인천의 첫 재선 여성 기초단체장이다. 그의 이력은 다양하다. 1978년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부터 인천에서 공부방 겸 탁아소를 운영하는 여성빈민운동을 벌이다 민선 1기 부평구의원, 2·3대 인천시의원, 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 비례대표)을 지냈다. 국회의원 시절 4년 내내 지방자치 업무를 다루는 행정자치위원으로만 활동했다.
홍 구청장은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하다 현장에 다시 오니 행정을 종합적으로 보는 안목이 생겼다”며 “그동안 복지 예산 등의 분야에서 중앙정부에 가장 많은 건의안을 제출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그의 현장 중심 사고는 ‘숙박 행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4년간 각 동의 허름한 노인정 등에서 숙박을 하며 주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부평구 내 22개동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고충과 불편사항을 직접 들었다. 이를 위해 그는 1년에 거의 절반을 집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
홍 구청장은 3월부터는 십정1동 달동네의 한 주택을 임차해 홀로 출퇴근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4년 전 십정1동 주거환경개선지구 지정을 해놓고도 분양 가능성이 낮아 사업을 미루고 있다”며 “40년이 넘는 노후주택이 1500채 이상 몰려 있는 이곳에서 붕괴사고가 2차례나 발생해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거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송 LH 전 사장은 홍 구청장이 입주한 십정1동 현장을 방문해 사업 재개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홍 구청장은 세계적 환경생태도시인 브라질 쿠리치바를 모델로 부평구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부평구에 랜드마크를 건립하고 큰 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경제 환경 교통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시민 생활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3년 전부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운영되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지속가능위원회와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통해 민관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기구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각 분야의 예산안을 짜고, 주민들이 호응하는 행정지표를 객관적으로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게 홍 구청장의 얘기다.
그는 재임 기간에 경인전철 지하화, 굴포천의 국가하천 지정, 2016년 이전할 부평 미군기지 공원화 사업 등에도 역점을 뒀다. 홍 구청장은 “부천시 등 관련 지자체와 연대해 시민 편의와 직결되는 굴포천 국가하천화, 경인전철 지하화 등의 사업에 정부 예산이 지원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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