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덮은 임병장은 가짜… 軍의 ‘어이없는 작전’

대역 동원 취재진 따돌린뒤 지하로 이송뒤에도 침묵… 언론 무더기 오보
軍 “병원서 진료차질 우려해 요청”… 병원측 “사실 아니다” 정면 반박

‘가짜 임모 병장’이 23일 오후 5시 43분 모포로 전신을 뒤덮은 상태에서 국군강릉병원 관계자들에 의해 야전용 들것에 실려 강릉아산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국방부는 24일 이 환자는 임 병장이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강릉=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군 당국이 동부전선 일반전방소초(GOP) 총기난사범 임모 병장(22)의 이송 과정에서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가짜 환자를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강릉아산병원 측이 ‘응급실 길목이 좁아 취재진이 몰리면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별도의 통로를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국군강릉병원에 가짜 환자를 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시 군 당국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구급차 4대를 준비해 2대는 강릉아산병원으로, 2대는 강릉동인병원으로 가게 했다. 국군강릉병원에서 동시에 출발해 강릉아산병원으로 향한 2대의 구급차 중 가짜 환자를 태운 군 구급차가 응급실 입구 정문에서 취재진을 따돌리는 동안 임 병장을 태운 구급차는 지하 물류창고를 통해 병원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군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가짜 환자까지 내세워 언론과 국민을 속인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포토라인을 설정해 충분히 취재진을 통제할 수 있음에도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다. 특히 임 병장 이송이 이뤄진 뒤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주지 않는 바람에 언론의 오보가 쏟아졌다. 임 병장이 자살 기도 후 생포됐다는 소식을 전한 언론은 ‘가짜 임 병장’의 이송 사진과 화면을 내보내야 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군 당국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병원 측의 요청에 의해 가짜 환자를 준비했다는 군 당국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진실 공방이 벌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당시 현장에 있던 강릉아산병원 129 환자인수팀장이 요청을 했다”며 “군이 사후에라도 언론에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고 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