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 서울시의원(44)이 사건 직전 살인 피의자 팽모 씨(44)와 약속한 내용의 일부다. 1일 경찰과 김 의원 측에 따르면 구속된 팽 씨는 “올해 3월 2일 김 의원이 ‘무조건 죽여라…. 성공하면 느낌표, 실패하면 물음표를 보내기로 하자’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3월 3일 팽 씨는 송모 씨(67)를 살해한 뒤 김 의원에게 ‘!’만 적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이런 암호까지 정해놓을 정도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 측 변호인은 “살인교사의 경우 성공하면 아무 연락도 하지 말고 사라지라고 하면 되는 것”이라며 “돈이 궁핍한 상태였던 팽 씨가 (범행을 저지른 뒤)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문자로 보내려다 아무 글도 쓰지 못하고 ‘!’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숨진 송 씨가 김 의원에게 자기 소유 토지의 용도를 변경해 달라며 돈을 건넸고, 김 의원이 이를 처리하지 못하다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실제로 강서구는 2012년 발산역 인근을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안을 입안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장성원 서울강서경찰서 형사과장은 1일 “김 의원이 2010∼2011년 돈을 받고 용도 변경을 신경 쓰다 부탁을 못 들어주게 됐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송 씨가 용도 변경을 확신하고 미리 자신의 건물 증축 설계까지 진행한 정황도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2012년 송 씨는 잘 아는 건축사에게 “상업지역으로 전환되면 건물을 증축할 테니 설계도면을 그려보라”고 주문했다. 이 건축사가 “일반주거지역이라 곤란하다”고 하자 송 씨는 “김형식 의원이 해주기로 했다. 2014년 5월(6·4지방선거 전)까지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송 씨 소유 건물 4동을 설계했다고 밝힌 건축사 A 씨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송 씨는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대 땅이 상업지역으로 변경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땅값이 오르는데 (김 의원에게 준) 5억 원이 대수겠느냐. 이 인근에서는 김 의원에게 (용도 변경에 대한 대가로) 20억 원 이상이 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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