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캠핑 가서 먹은 전투식량, 미군이 버린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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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70대 야영장서 주워 팔아… 경찰, 관련 14명 불법유통 입건

포항에 사는 이모 씨(71)는 올해 초 미군들이 훈련을 마친 뒤 멀쩡한 음식을 버리고 간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인근의 미군 야영장을 찾았다. 미군들이 떠난 야영장 쓰레기통 안에는 각종 쓰레기와 함께 개봉하지도 않은 전투식량이 쌓여 있었다. 이 씨는 이후 미군의 훈련이 있을 때마다 야영장을 찾아 남겨진 전투식량을 수거했다.

이 씨는 이렇게 수거한 전투식량의 일부를 자신이 키우는 개들에게 먹이로 줬다. 무허가로 80여 마리의 개 사육을 하던 이 씨에게 감자 오믈렛 등이 들어있는 전투식량은 유용한 먹이였다. 남은 전투식량은 박스(10개)당 3만 원을 받고 유통업자에게 넘겼다. 서울 종묘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허모 씨(60)는 이런 전투식량을 사들여 낚시 캠핑 등을 즐기는 일반인이나 군 관련 물품 애호가들에게 팔았다. 허 씨가 판매한 전투식량을 5000∼8000원 선에 판매했지만 찾는 이가 끊이지 않았다.

이 씨의 행각은 불량식품을 단속하던 경찰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냉방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이 씨의 창고 안에서 전투식량 70여 박스를 압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 씨 등 9명을 미군 전투식량을 불법 유통·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또 해외 전투식량을 허가 없이 수입해 인터넷에 판매한 정모 씨(46)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영국 독일 슬로베니아 등에서 생산된 고급 전투식량을 자신들이 소비하는 것처럼 국내로 들여온 뒤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전투식량#미군 전투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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