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신임 제주도지사가 당선된 뒤 ‘투자자본 옥석 가리기’를 표명하고 대규모 중국자본 투자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제주지역 관광개발을 위해 외자유치에 발 벗고 나섰던 이전 제주도 모습과는 다른 입장이다. 외자 유치에 대한 제주도의 정책에 혼선이 생기면서 중국 투자자들은 ‘멘붕(멘털 붕괴)’에 빠졌고 일부는 투자 철회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지사는 1일 취임한 이후 “제주 땅을 중국인에게 싸게 팔지 않겠다. 비싸게 임대하겠다. 도민들이 동의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투자유치를 할 수 있다. 투기성 자본을 철저히 막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중국자본 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위해 사업진행을 잠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행정절차를 마친 투자사업이 착공을 미뤘고 중국 유명음식체인점, 카지노 등 제주에 신규로 투자하려던 중국 투자자들은 협상을 중단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인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의 ‘리조트월드 제주’ 건설에 참여한 겐팅싱가포르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착공식을 무기연기한 뒤 공동 투자자인 중국 란딩(藍鼎)그룹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투자를 이어갈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리조트월드 제주는 2018년까지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신화역사공원 251만9000m²에 복합리조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중국 상하이(上海)에 본사를 둔 뤼디(綠地) 그룹이 투자하는 초고층 건물인 ‘드림타워’ 신축도 건축설계변경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치고 지난달 중순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원 지사의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따라 착공식을 미뤘다. 드림타워는 제주시 노형동에 높이 218m 쌍둥이 형태의 호텔과 콘도를 짓는 사업으로 20년 동안 투자자가 없다가 지난해 11월 뤼디그룹이 투자를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탔지만 제주지역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닥쳤다. 이 그룹 관계자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도심 흉물로 방치될 위기에 있는 사업을 맡으면서 환영받고 칭찬받을 줄 알았는데 뭇매를 맞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외국기업 투자유치는 2006년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별다른 성과가 없다가 2010년부터 중국인 관광객의 제주 방문 러시와 더불어 중국 자본을 필두로 투자 열기가 불었다. 투자 규모 50억 원 이상 18건의 투자유치 실적 가운데 12건이 중국 기업이다. 중국자본이 제주를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형성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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