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에 가면… 부모님이 잠들어계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8일 03시 00분


[행복을 주는 숲]<5·끝>수목장, 새 장묘문화로 인기
서울면적의 1.6배가 묘지 ‘분묘난’… ‘자연과 영생’ 유럽 등에선 일반화
가격 부담도 적어 빠르게 확산

경기 양평군에 조성된 국유 수목장림인 ‘하늘숲 추모원’. 40∼50년 수령의 소나무 숲에 유골함이 매장돼 있으며 추모목마다 명패가 부착돼 있다. 양평=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경기 양평군에 조성된 국유 수목장림인 ‘하늘숲 추모원’. 40∼50년 수령의 소나무 숲에 유골함이 매장돼 있으며 추모목마다 명패가 부착돼 있다. 양평=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자연 속의 수목(樹木)과 함께 영생하시길 기원합니다.’

경기 양평군 양동면 양서동로에 위치한 ‘하늘숲추모원’. 양평군 금왕산 너머 강원도 횡성 쪽 방향에 위치한 이 추모원에는 수려한 경관에 40∼50년생 소나무와 굴참나무, 잣나무, 신갈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었다.

산림청이 조성하고 산림조합중앙회가 관리하는 국내 최초 국유 수목장림(樹木葬林)이다. 수목장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정신에 근거해 사람이 죽으면 화장하고 유골함을 나무 주변에 묻는 장례방법. 자연과 함께 영원히 상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토 중 서울 면적의 1.6배에 해당하는 1%가 묘지로 잠식됐고, 매년 여의도 면적보다 넓은 9km²의 묘지가 새로 생기고 있음을 감안하면 수목장은 새로운 장묘 문화다. 특히 분묘 조성과 납골당 설치 등에 따른 경제적 부담 때문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숲이 태교에서부터 교육∼휴양∼치유∼영면(수목장)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에 걸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공원묘지나 납골당보다 아버님을 나무 옆에 모시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가족도 이곳을 선택할 계획입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4시경 하늘숲추모원에서 장례를 치른 A 씨(48)는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던 산에 모셨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럽 등지에서 일반화된 수목장은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없다. 40∼50년생 소나무(A급) 가족림의 경우 1년 사용료와 연간 관리비를 포함해 15년 기준으로 232만5000원이면 최대 가족 10명까지 가능하다. 나무에는 표지목이 설치되고 산림조합에서 숲과 나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준다. 공동목은 15년 기준으로 73만5000원이면 가능하다. 세월호 희생자 구모 씨(43·여)도 이곳 40년생 소나무 밑에서 잠들어 있다.

산림조합 권병석 하늘숲추모원장은 “올해만도 하루 평균 2회 꼴로 수목장이 이뤄지는 등 2009년 조성 이후 30ha의 넓은 면적에 모두 3227분이 모셔져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근 조사에서 수목장은 선호하는 장례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친환경적인 장묘문화가 활성화 되도록 국유 수목장림을 확대하고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문의는 산림청 산림휴양치유과(042-481-8877) 또는 하늘숲추모원(031-775-6637∼8).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분묘#수목장#하늘숲추모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