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비오거나 추운 날엔 누가 레일바이크 타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인천 월미은하레일 운행 놓고 끊이지 않는 갈등

세금 853억 원을 들여 완공했지만 안전 문제로 4년째 운행조차 못하고 있는 인천 월미은하레일(도심관광 모노레일)을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불거졌다.

6·4지방선거에서 인천시의회 다수당이 된 새누리당 소속 노경수 의장 등은 월미은하레일의 안전을 보강한 뒤 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의원들은 2013년 5월 철도기술연구원의 안전점검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만큼 시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운행은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7일 오후 인천교통공사의 업무보고를 진행하면서 월미은하레일의 안전 보완 후 운행을 주문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시속 20km로 주행하는 월미은하레일이라면 국내 기술력으로 충분히 보완해 가동시킬 수 있다. 시공사인 한신공영 관계자가 개선비용의 부담 의사를 밝힌 만큼 구도심 주민들의 입장에 따라 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교통공사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운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교통공사 오홍식 사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철도 기관인 철도기술연구원이 지난해 안전상의 이유로 운행을 못한다고 했는데 시민 생명을 담보로 운행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월미은하레일은 송영길 전 시장 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사람이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레일바이크’로 전환해 2016년 완공하기로 했다.

인천교통공사는 5월 25일 월미은하레일을 레일바이크로 전환해 운영하는 사업과 관련해 K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K사는 약 190억 원을 들여 7월부터 사업에 들어가 201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20년간 매년 5억∼8억 원의 레일 사용료를 내면서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850억 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 붓고도 운행을 못하는 애물단지를 레일바이크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논란이 계속됐다. 특히 안전보호막 등 레일바이크 안전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월미도 상인과 중구 주민들은 “기존의 월미은하레일을 고쳐서 운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미도의 상인 이모 씨(54)는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거나 날이 추울 때 누가 레일바이크를 이용하겠느냐”며 “월미은하레일을 고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인천교통공사에서 가진 좌담회에서 “월미은하레일은 8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어서 어떻게 활용할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시민에게 가장 유용한 방안을 찾기 위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 시장의 인수위원회인 ‘희망인천준비단’도 지난달 20일 교통공사 업무보고에서 “월미은하레일이 철도법에 따르는 철도시설도 아닌데 지나치게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해 모노레일 사업이 무산된 것 아니냐. 안전성을 면밀하게 점검해 레일바이크 사업을 추진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10년 6월 완공한 월미은하레일은 시험운전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운행을 중단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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