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의 손목을 잡아끌고 가거나(드라마 ‘시크릿가든’·왼쪽 사진) 벽으로 밀어붙이는(드라마 ‘스파이 명월’·가운데 사진)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 여성 배역 특유의 애교(드라마 ‘빅’ 포스터)와 함께 서구권 여성 시청자들이 성차별적이라고 지적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SBS·KBS2 TV 화면 촬영·KBS2TV 제공
영어로 운영되는 해외 한류 블로그 ‘K-드라마 리포트’에 최근 올라온 글 ‘한국 드라마 시청을 위한 불편한 안내’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국 드라마(한드)가 아시아권을 넘어 서구에서도 유통되면서 드라마 속 성차별적 요소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구 한류팬들이 지적하는 첫 번째 성차별적 요소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 폭력이다. 여성의 손목을 잡아채거나 벽에 밀어붙이는, 드라마에선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모습을 서구인들은 성폭력을 행사하려는 장면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손목 잡기’는 한드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해외 드라마 사이트인 ‘드라마 피버’는 ‘손목 잡기’를 △‘가지 마’ △‘잠깐 다른 데 가서 얘기 좀 해’ △‘내가 널 구해줄게’ △‘내 여자 건드리지 마’ 등 9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영문 한류 사이트인 ‘서울비츠’는 “이런 장면에서 남성은 여성을 전혀 존중하지 않으며 오직 야만인처럼 행동해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일부 해외 블로거는 “한국에서 성폭력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드라마가 용인되는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미 문화평론가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신체적 압력을 가하는 순간의 두려운 감정을 앞으로 뭔가가 벌어질 것 같다는 설렘으로 치환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성차별적 요소는 여성의 애교다. 마땅한 영어 단어가 없어 영문 한류 사이트에서는 우리말 그대로 ‘Aegyo’로 표기된다. 영문 한류 사이트인 ‘비욘드 한류’는 “애교는 걸그룹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등 각종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과장되고 귀여운 척하는 손동작이나 수줍은 듯한 표정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정책센터장은 “한드에서 여성은 순수하고 아이 같으며 남성에게 보호 받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애교 역시 이런 맥락에서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교는 여성의 ‘인형화’와도 연결된다. 한드의 여자 배역이 마치 인형처럼 비슷한 규격의 날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 여성적인 옷차림을 하며 자기결정권이 없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K-드라마 리포트’는 “드라마 ‘빅’(2012년)에서 교사인 길다란(이민정)은 짧은 스커트를 입고 드라마 홍보 포스터에 등장하고, ‘보스를 지켜라’(2011년)에서 늘 뛰어다녀야 하는 수행비서 노은설(최강희)이 하이힐을 신는다”며 검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 여성도 항상 화장과 옷차림이 화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수연 센터장은 “서구권 시청자들이 한국 특유의 가부장적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을 어린아이처럼 다루거나 성폭력적 상황을 낭만화하는 경향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의 손목을 잡아끌고 가거나(드라마 ‘시크릿가든’·왼쪽 사진) 벽으로 밀어붙이는(드라마 ‘스파이 명월’·가운데 사진)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 여성 배역 특유의 애교(드라마 ‘빅’ 포스터)와 함께 서구권 여성 시청자들이 성차별적이라고 지적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SBS·KBS2 TV 화면 촬영·KBS2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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